[데스크 칼럼] '부산 공약 보따리' 이번엔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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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정치부 차장

20대 대선 유력 주자들이 모두 부산과 관련한 주요 공약 보따리를 풀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최근 부산에서 ‘품격있는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 이재명은 합니다’고 강조하며 9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도 지난달 15일 ‘윤석열 후보, 부산을 다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핵심거점으로’를 제목으로 해 12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주요 공약 순서만 바뀌었을 뿐 공약은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했다.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적극 지원, 부울경 GTX 등 광역도로망 확충, 경부선 철도 지하화, 해운산업 메카 육성, 글로벌 블록체인 특화도시, 공공의료 벨트 완성 등이다. 선거기간 공약을 하나씩 내놓으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표현만 다를 뿐 공약이 거의 같아졌다.

이재명·윤석열 대선후보 부산 공약 발표
경합지 표심 공략에 주요 현안 대부분 채택
엑스포·신공항 등 차기 국정과제 이어져야
거짓 공약은 6·1 지선에서 곧바로 심판

양 측이 모두 스윙스테이트(경합지)인 부산 공략에 사활을 걸면서 쇠락하는 부산 재건을 위한 과제를 대부분 수용한 모양새가 된 셈이다. 당초 거대 양당 후보들의 역대급 비호감 대결과 진흙탕 싸움, SNS 등을 통해 내놓는 자극적인 전국구 공약만 판치면서 지역 공약은 실종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 고려하면 부산으로선 일단 기본 이상의 공약 보따리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부산과 관련한 큰 이슈가 없어 금융·해양산업 활성화와 김해신공항 확장 방안 정도만 주요 공약으로 다뤄졌던 2017년 대선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물론 가덕신공항 건설과 2030월드엑스포 유치 등 굵직한 당면 과제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우선 현안인 가덕신공항과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양 측 모두 진일보된 입장을 발표했다. 가덕신공항은 ‘예타 면제’를 두고 이미 사실상 면제가 됐니, 아직 안 됐니 공방은 있었지만, 어쨌든 양당 모두 면제로 못박고 2029년 개항을 약속했다. “화끈하게 예타 면제”(윤석열), “이재명이 우려 불식”이라고 강조하면서 가덕신공항 건립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사업이 된 듯하다. 또 공항 건설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건설공단과 공항공사 설립도 나란히 공약했다. 월드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서도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무총리를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세계박람회 조사단의 방문 시 대통령이 직접 영접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윤석열 후보도 “부산시장에게 맡겨놓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몰락하는 전통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 분야 육성에 대한 의지도 엿보인다. '블록체인 진흥원 설립과 핀테크 연구단지 조성을 통한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 '수소경제 허브 육성과 부품산업의 친환경 산업 전환'(이재명), '블록체인 정책 컨트롤타워 설치로 국가 블록체인 비즈니스 특구로 강화'(윤석열)등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디지털 산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서부산권 지역 숙원인 경부선 지하화도 나란히 공약으로 담았다. 민주당이 21대 총선과 지난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내놓은 공약으로, 지난해 실시된 관련 용역에서 경제성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물거품이 되는 듯했던 사업이 부활한 것이다. 예타 면제까지 언급돼 차기 정부에서 재추진할 계기를 확보했다. 양 측 모두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약속했고, 특히 윤 후보는 전체 공공기관 이전과는 별개로 KDB산업은행 이전을 공약으로 못박아 관심을 끌었다. 산업은행이 이전되면 무늬만 금융 중심지였던 부산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부울경 산업 도약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 모두 부산의 현안과 바람을 두루두루 짚은 공약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문제는 실천이다. 그동안 말뿐인 공약에 한두 번 속아왔던 것이 아닌 지역 유권자들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 이번 문재인 정부 때 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표심만 생각한 정부와 집권 여당의 눈치보기로 제대로 추진조차 안 됐다.

어쩌면 이번 대선은 무늬만 제2의 도시로 남은 부산이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른 트라이포트 구축과 2030월드엑스포 등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반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 달 남은 대선에서 후보들은 현실적인 공약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대선 이후 인수위와 차기 정부에서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모습까지 이어져야 한다. 대선 이후 3개월 뒤엔 6·1 지방선거도 있다. 오직 대선만을 위해 허투루 공약을 남발했다면, 그 거짓 공약은 곧장 부메랑으로 돌아올 테다.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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