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1호 ‘캠코맨’ 사장 취임… 낙하산 인사 관행 깰 ‘디딤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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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금융업계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인사를 두고 ‘충격’이라는 반응이 지속된다. ‘금피아’(금융+마피아)와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이 아니라 캠코에 입사한 직원이 내부 승진을 통해 처음으로 사장에 취임해 금피아·관피아 ‘낙하산’ 인사 관행을 타파했다는 반응이다.

9일 지역 금융업계와 이전 공공기관에서는 캠코 권남주 신임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여전히 핫이슈로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권남주 사장
관료 출신 아닌 첫 내부 승진 사례
금융·공공기관 인식 전환 계기로

권 사장은 2000년 캠코가 성업공사에서 현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내부 출신 사장이다. 권 사장은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캠코에 입사한 후 경영본부장 등을 거친 후 부사장을 지낸 전형적인 ‘캠코맨’이다.

그는 캠코맨으로서 업무 전문성을 갖추고 조직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 취임 직후에도 별다른 갈등없이 조직을 잘 이끌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그의 행보는 그동안 업무나 조직을 잘 모르는 외부 인사가 사장으로 온 이후 각종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코의 내부 승진 인사에 대한 좋은 반응이 나오면서, 그동안 금융 분야의 고위 관료 출신들이 이전 금융 공공기관장 자리를 독차지하다시피한 관행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캠코와 함께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결원) 등 3곳에는 그동안 금융권이나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 사장을 맡고 있다. 매번 취임 과정에서 노사 갈등 등 각종 물의가 빚어지기도 했다.

캠코의 경우 권 사장 취임 전에는 기재부 등 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사장직을 독식했다. 캠코는 금융위원회 산하 공기업이다.

주금공 최준우 사장은 금융위 금융소비자국 국장 등 요직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다가 주금공 사장으로 지난해 초 취임했다. 취임 당시 서민의 주거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출자 자금으로 운영되는 주금공의 사장 자리가 정부 측 보은인사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토부 산하인 주택도시보증공사 권형택 사장도 과거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사업본부장과 상임이사를 지냈다. 예결원 이명호 현 사장은 전 금융위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고위 관료이다.

이 같은 금피아·관피아 인사는 주로 정부의 보은 인사 용도용으로 활용되면서 각 기관의 전문성이나 조직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부산을 잘 모르는 고위 관료들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성장시키는 데 제 역할을 할지 의구심도 든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금융 공공기관에도 수도권 중심주의에 편향된 금피아·관피아 출신 대신 각 기관의 업무에 전문성을 갖추고 무엇보다 부산 특성을 잘 아는 인사가 대표로 와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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