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국보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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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에는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려 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보배 중의 보배다. 그런데 케이옥션의 지난달 경매에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 등 국보 2점이 등장했다. 국보가 상업 경매에 처음으로 출품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563년에 조성됐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걸작으로 꼽힌다. 금동삼존불감은 불감 내부에 석가삼존상을 봉안한 작품이다. 이 불상들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일제강점기에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구입한 것들이다. 간송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소유하고 있다.

국보 경매는 결국 유찰됐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의 경매 시작가는 32억 원, 금동삼존불감은 28억 원이었다. 세간의 높은 관심이 부담스러웠던지 응찰한 개인 소장자는 없었다. 당초 경매 작품이 국보라는 점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이 구매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국립중앙박물관도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예산 한도 제약 등의 이유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보 경매를 둘러싼 논란은 뜨겁다. 간송의 후인들이 2020년 5월 국가지정 보물인 불상 2점 경매에 이어 이번엔 국보까지 출품하면서 논란은 한층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매를 의뢰한 쪽은 간송미술관의 재정난을 이유로 내세웠다. 국보 경매와 간송미술관의 곤궁한 살림살이 소식을 접하는 마음은 무척 복잡하고 씁쓸하다.

전형필은 일제강점기 당시 서화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 등 이 땅의 문화재가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았다. 10만석지기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사재를 털어 수집한 문화재는 1만여 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려청자 대표작인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등 어쩌면 지금 국민들이 그 존재조차 몰랐을지도 모르는 너무도 귀중한 수많은 문화유산을 지켜 냈다. 이미 일본으로 넘어간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등의 문화재를 현지에서 되찾아오기도 했다. 민족의 얼이 담긴 문화유산을 목숨 걸고 사수한 그를 생각하면 한없이 존경스럽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간송 전형필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막대한 부채의식을 고려할 때 이번 국보 경매 논란을 명확하게 결론 내는 것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간송의 숭고한 정신, 그의 혼을 담은 ‘간송 컬렉션’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으길 기대한다. 천영철 문화부장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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