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사고, 직접 접촉 없으면 운전자 책임 못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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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를 어기고 교차로를 지나다가 자전거 운전자가 넘어져 다쳤다 하더라도 차량과 직접 부딪치지 않았다면 차량 운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창원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A(42) 씨는 지난해 3월 22일 오전 7시 30분께 승용차를 몰고 경남 밀양시 삼문동 시내 횡단보도가 있는 사거리 교차로를 지나려 하고 있었다. 교차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30km였는데, A 씨는 황색 신호에 시속 42km로 차를 운전하며 횡단보도를 지나 사거리에 진입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A 씨 차량의 오른쪽 도로에서 한 할머니(79)가 자전거를 타고 교차로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중심을 잃고 쓰려졌다. 이 할머니는 대퇴부 골절상 등 약 12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 사고 당시 A 씨 차량과 할머니가 탄 자전거 사이 거리는 대략 7.2m였다.

검찰은 A 씨를 기소했다. 차량과 자전거가 충돌하지 않은 비접촉 상황이었지만 A 씨가 속도를 줄이지 않는 등 안전하게 교차로에 진입해 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할머니가 다쳤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정반대였다.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정현)는 A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하고 신호를 위반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차량과 자전거 거리가 최소 7.2m 이상이면서 자전거 속력이 빠르지 않아 A 씨 차량을 발견한 후 충분히 멈출 시간과 거리상 여유가 있어 보이는 점, A 씨가 몰던 차량이 자전거를 발견했는데도 교차로로 진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A 씨의 잘못과 자전거가 넘어져 할머니가 다친 일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남경 기자 nk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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