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논란에 유학생 폭행 사건까지 비판과 혐오 사이 ‘아슬아슬 반중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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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베이징올림픽 편파 판정 등에 항의하는 반중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편파 판정’ 논란에다 부산에서 일어난 중국인 유학생 관련 폭행 사건으로 반중 정서 논쟁이 증폭되면서 무분별한 외국인 혐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경찰 “단순 음주 시비” 입장에도
중국 외교부도 나서 논란 확대
올림픽 판정 비판과는 별개로
중국인 유학생 향한 혐오 경계


13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8시 50분께 남구 대연동 한 아파트 주차장 인근 도로에서 20대 중국인 유학생 A 씨가 30대 남성 B 씨 등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A 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것에 대해 B 씨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와 B 씨는 모두 이 아파트 주민이다. 경찰은 B 씨 일행을 지구대로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 경찰은 이 사건이 최근 확산하는 반중 정서와는 무관한 단순 음주 시비로 보고 있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반중 정서와 전혀 무관하게 아파트 주민 사이 벌어진 단순한 시비로 보인다”면서 “다만 외국인에 대한 폭행인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중국 SNS 웨이보에 자신이 발길질을 당하는 영상과 함께 ‘동계올림픽 때문에 중국인이 한국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올린 글이 2만 건 이상 공유되는 등 빠른 속도로 퍼졌다. 중국 외교부도 웨이보 계정에 이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 측은 “부산주재 총영사관이 이미 당사자에게 연락해 상황을 파악하고 협조를 제공했다”면서 “우리는 해외에 있는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익과 신체 안전을 최선을 다해 지킬 것이다”라고 밝혔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A 씨와 B 씨 일행은 서로 합의하고, A 씨는 폭행 동영상을 SNS에서 삭제했다.

부산지역 중국 유학생들은 자칫 무분별한 반중 정서로 확대될까 우려한다. 실제 한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혹시 중국인 유학생 있으면 알아서 자퇴해주세요”, “중국 유학생이 눈에 보이면 바로 공격하겠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리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인 인식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신기욱 교수 연구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전인 지난달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6.5점에 그쳤다. 이는 30.7점을 기록한 일본보다 낮은 수치다.

부산지역 대학을 졸업한 중국인 왕모(27) 씨는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주변에서 일어나면 위축되고 불안하다”며 “올림픽 판정 등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 사안을 비판하면 되는데 중국인 전체로 확대해 비난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심리학과 설선혜 교수는 “올림픽처럼 국가끼리 경쟁하는 대회에서는 편파 판정 같은 문제를 국가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기 쉽다”면서 “이러한 일반화가 편견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비합리적인 혐오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김동우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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