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여부 예의주시… ‘블랙홀’ 안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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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법 복잡해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전격 제안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셈법이 복잡해졌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앞두고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어 사태 추이만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가 가시권에 접어들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과거 김대중·김종필(15대), 노무현·정몽준(16대)의 사례에서 입증됐듯이 후보 단일화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인식된다.

“올 것 왔다” 바짝 긴장하는 모습
안 호감도 높아 ‘힘든 싸움’ 예상
일각선 “가능성 낮다” 평가절하

더욱이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10%대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안철수 후보와 손잡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이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윤석열(37%), 이재명(36%)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P)에 불과했고, 안 후보는 13%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안 후보가 윤 후보의 비호감도를 낮추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후보(62%)와 윤 후보(61%)는 역대급의 비호감도를 기록한 반면 안 후보는 4명의 후보 중 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일단 민주당은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 단일화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데다 그 효과도 확실하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13일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과 관련, “국민을 중심에 놓고 미래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따로 얘기할 것도 없이 단일화 국면에 들어가면 우리에게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제안을 평가절하는 분위기도 있다.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단일화’의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일제히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18대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다 막판에 안 후보가 사퇴하는 ‘무늬만 단일화’가 성사됐지만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 영향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안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되더라도 이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선거 전문가들도 후보 단일화를 이룬 쪽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권기택 기자 k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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