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와 차별화’ 놓고 오락가락하는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현 정부와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진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난 3일 KBS·MBC·SBS 등 방송3사 합동 초청토론회에서 ‘이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후계자 맞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후보는 “후계자는 아니다”면서 “새로운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점수로 매겨 달라는 안 후보의 요청에 “숫자로 매기긴 어려운데 매우 잘못된, 부족한 정책이었다”며 “그래서 저희가 여러 차례 사과드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 정권의 후계자 아니다”서
“민주당 정부 일원” 입장 선회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크게 우세한 데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가 토론 테이블 위에 오르자 적극적인 차별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해 말 선대위 회의에서는 "청년이 희망을 잃은 데에는 민주당과 집권 세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민주당과 현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 초청 TV토론에서는 상당히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나한테도 ‘(문재인 정부와)정치 차별화해라, 그러면 표 된다’는 주장이 많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나는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필요한 것은 더해서 진화된 정부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앞선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을 거론하면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문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한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자극, 여권 대결집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하며 윤 후보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선 시점이었다. 여권의 이 같은 분위기에 발??춰 이 후보가 ‘차별화’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일원’임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당 후보의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일정 부분 줄타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 후보의 진심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곤혹스러워했다.
박석호 기자 ps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