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 양곡부두 민간개발? 공공성 약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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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이 중시되는 부산항 신항 양곡부두 등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공공개발 대신에 민간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공공성 약화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해양수산부, 부산시,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 4일 ‘부산항 기본계획’ 일부 변경안을 고시했다. 변경안의 주요 내용은 당초 부산항 신항 두문방파제에 만들기로 했던 양곡부두를 ‘남컨테이너터미널 서측’에 만들기로 한 것. 양곡부두는 밀, 옥수수 등을 수입하는 부두로, 현재 북항에 있는 양곡부두는 시설 노후화와 북항재개발 2단계 계획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운영되고 폐쇄하게 되면서, 신항 양곡부두가 이를 대체하게 된다.

부산항 계획 변경안 고시하자
민간업자, 개발사업 제안서 제출
공공재 성격에 정부 1급 전략시설
독점 사업에 리스크도 거의 없어
작년부터 직접 개발 의지 BPA
해수부 민간개발에 막혀 꿈 접어


양곡부두는 곡물이 들어오는 부두이다보니, 전시를 대비한 정부 1급 전략시설이다. 이 때문에 현재 북항 양곡부두는 부산항만공사(BPA) 등 정부가 시행, 시공 등 개발해 소유하고 있고, 운영은 민간업자에게 임대 형식으로 위탁한 상태다.

해수부가 4일 부산항 기본계획 변경안을 고시하자마자 이날 한 민간업자가 신항 양곡부두 개발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부산시, BPA 등에 민간 제안에 다른 의견조회를 요청했고, 해수부는 18일까지로 돼 있는 의견조회 뒤 양곡부두를 민자개발로 할 것인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나 내부적으로는 민자개발로 방침을 굳혔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최초로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사업자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문제는 해수부가 이 같이 공공성이 강한 신항 양곡부두 신설에 대해 민간개발로 추진하는 것이 자칫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양곡부두의 경우 정상적인 곡물 수급 및 안정적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북항 양곡부두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소비하는 밀의 30% 가량이 들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업자가 정부의 통제 없이 양곡부두를 개발하고 운영하게 된다면 밀가루와 옥수수 등 곡물의 요금 인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양곡부두의 경우 독점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과 운영에 사실상 ‘리스크’가 거의 없다. 북항 양곡부두의 경우 임대 운영사가 초기 투자금도 없이 연간 수십억 원의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항 양곡부두가 시행부터 민간개발로 이뤄진다면 이보다 훨씬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양곡부두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공공성이 강한 데다가 리스크도 없는 사업을 굳이 민간개발로 할 필요가 있느냐. 공공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이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실제 공기업인 BPA도 지난해부터 신항 양곡부두 개발에 직접 나서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해수부의 민간개발 입장에 막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PA 한 관계자는 “양곡부두뿐만 아니라 신항 피더부두와 잡화부두 등도 민간개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수부의 입장이 완강해 BPA로서는 달리 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최근의 민간개발 추세에 발맞춰 신항 양곡부두도 민간개발로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울산항, 평택항 등의 양곡부두도 민간개발로 이뤄졌다. 곡물의 요금 인상과 선석 운영의 효율성 등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통제가 엄격하게 이뤄지게 할 것”이라며 “민간개발로 할지 여부는 각 기관의 의견조회가 끝나고 난 뒤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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