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현안 ‘딥’ 풀이] “지역 목소리 반영” 원론적 입장만… 원전 불안감 해소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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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현안 ‘딥’ 풀이] 7. 고준위 폐기물

부산·울산·경남은 우리나라 최대 원전 밀집지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지역보다 크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폐연료봉의 원전 임시저장을 가능케 하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관리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보다 1000배 이상 위험하고 방사능 반감기가 수십만 년이나 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사실상 원전 내 영구적으로 보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역의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반면 평소 탈원전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해 온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핵발전소 부지 내 임시저장고 증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 주민 소통하며 공론화”
윤 “당분간 임시 저장 불가피”
안 “신기술 통해 95% 이상 감축”
심 “사실상 영구 저장… 증설 반대”
원전 안전 대책엔 각기 다른 해법

■폐기물 저장용량 한계… 대책은?

이 후보는 정부의 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관리 기본계획안 의결에 대해 “사용후핵연료의 안전 저장과 처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추진체계와 절차를 마련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저장 용량이 한계가 임박한 상황에 피치 못할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해서는 이미 상용 기술이 있으므로 부지 확보를 위한 공론화에 나서 현재의 원전 부지 내 고준위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될지도 모른다는 주민 불안감을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친원전 정책을 천명해 온 윤 후보는 “당분간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안전처분 기술은 수십 년 내 확보될 수 있다”며 “발생량이 작아 더욱 안전한 처분 기술이 확보될 때까지 부지 내 임시저장이나 별도 부지에 중간 저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부울경 주민들이 원전으로 인해 느끼는 불안감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서 “집권하면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확보를 위한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설치 지역에 대해서는 “영구처분장을 건설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반을 갖춘 곳이 많다”는 데 그쳤다.

안 후보는 “공론화는 정책의제를 형성하는 단계에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부울경 주민들과의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핵연료를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신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을 통해 “핵폐기물 95% 이상 감축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탈원전 정책 기조를 수차례 밝혀 온 심 후보는 “(정부는)중간저장시설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질적으로 영구저장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고, 더 큰 문제는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현재 추진되는 핵발전소 부지 내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고 증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은 어떻게 담보할까

원전 안전성을 담보할 대책을 묻는 질문에서는 제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다. 이 후보는 “가동 중인 원전을 항상 최신기술 기준에 맞도록 규제하는 미국의 ‘소급적용(Back fitting) 제도’를 도입하고 유럽처럼 10년을 주기로 원전 안전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아가 운영 허가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주지진 진앙지인 양산단층을 비롯, 활성단층을 포함하는 원전부지의 최대지진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걸맞은 내진설계를 건설 중인 원전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 온 윤 후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전비리 사건 등이 원전에 대한 불안을 가져왔지만 안전규제체계 재정립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 문제를)풀어야지 탈원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실질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안전규제의 독립성·전문성·효율성·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안전규제체계를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성, 독립성 보장 등을 통한 원자력안전이용 기반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연구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안전성을 전제로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을 계속 운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 후보는 “SMR(소형모듈원자로)은 모듈 형태로 설계, 제작되기 때문에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1000배가량 더 안전하다”며 SMR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심 후보는 “핵발전은 미래의 에너지원에서 이미 탈락했다”며 “핵발전과 관련된 투자는 핵발전소 안전관리, 해체기술 개발, 핵폐기물 처리에만 국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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