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구원 창업 기업 메디인테크, 일본 장악 ‘연성 내시경’ 기술 국산화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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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계통 ‘연성 내시경’ 분야 기술 국산화 선언…80억 규모 시리즈 A 투자유치
‘AI 연계 전동식 내시경’ 통해 의사 편의성·암진단 정확성 향상

㈜메디인테크를 공동 창업한 한국전기연구원(KERI) 이치원 박사(왼쪽) 및 김명준 박사. KERI 제공 ㈜메디인테크를 공동 창업한 한국전기연구원(KERI) 이치원 박사(왼쪽) 및 김명준 박사. KERI 제공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창업 기업인 ㈜메디인테크가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소화기 계통 연성 내시경 분야에서의 기술 국산화를 선언하고,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아 최근 전문 투자사로부터 8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내시경에는 신체에 들어가는 ‘스코프(Scope)’가 있는데, 이것이 굵고 딱딱하면 경성, 유연하게 휘면 연성이 된다. 연성 내시경은 환자의 통증을 크게 줄여주지만, 경성 내시경에 비해 화질이 좋지 못해 진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렌즈 등 모니터링 기술의 발달로 단점이 극복되고 있고, 의료 현장에서 특히 소화기 계통 분야에서의 병변 진단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병원에서 이러한 소화기관용 연성 내시경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 90%가 일본 제품이라는 것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기술창업 기업인 ㈜메디인테크가 개발한 '스마트 연성 내시경'. KERI 제공 한국전기연구원(KERI) 기술창업 기업인 ㈜메디인테크가 개발한 '스마트 연성 내시경'. KERI 제공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 연성 내시경 분야 기술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메디인테크는 KERI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이치원·김명준 박사가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기술창업 기업이다.

메디인테크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스마트 연성 내시경’의 장점은 전동식 조작 방식을 도입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환자 몸속에서 병변을 탐지하는 스코프의 상하좌우 움직임을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해야하기 때문에 의사의 피로도가 높고, 직관성이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신형 기술은 마치 게임의 조이스틱을 이용하듯 상용 제품 대비 절반 무게의 핸들을 들고, 절반 수준의 손가락 힘으로 스코프를 움직일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모니터를 통해서 보이는 영상으로만 검진과 치료를 하다 보니 의료진에 따라 맹점이 발생하거나 병변 진단이 누락되는 등 오진이 발생했지만, 메디인테크는 병변을 자동으로 탐지해 오진률을 기존 30%에서 5%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첨단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내시경에 탑재했다. 연성 내시경 장비의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까지 확보한 것이다.

이번 성과는 위암과 대장암 등 인류 최대의 난적인 암 치료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화기 계통의 암은 조기 진단했을 경우 생존율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내시경의 중요성이 대단히 크다.

전 세계 소화기 계통 연성 내시경 시장은 약 5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KERI 이치원 박사(메디인테크 대표이사)는 “소화기 계통 암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의술 능력은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의료장비는 100% 일본 등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나라만 해도 연간 2000만건 이상 내시경을 활용한 검진·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장비의 국산화가 이루어지면 국가 차원에서의 사회적 비용 감소는 물론, 의료 기술력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메디인테크는 높은 잠재력과 기술 수준을 인정받아 전문 투자사 3개사(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로부터 최근 총 8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이를 통해 스마트 연성 내시경의 기술력을 더욱 높이고, 양산화·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KERI는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활용한 기술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번 메디인테크 창업 과정에서도 연구원이 다양한 지원(특허 실시권 허여, 연구원 자산 사용 지원, 창업자 겸직 지원 등)을 펼쳤다. 이를 통해 유망 기술의 사장을 막고, 실질적인 상용화를 이끌어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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