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재앙과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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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서포터즈 공동후원회장/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

시카고를 상징하는 시기(市旗·City Flag)는 흰 바탕에 하늘색 줄, 그리고 4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별 4개 중 2개가 바로 1871년의 대화재, 1893년의 세계엑스포를 의미한다고 한다. 시를 상징하는 휘장에까지 도시가 개최한 엑스포를 기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1871년 시카고는 대화재로 300명 가까이 사망하고 9km²에 달하는 지역이 불타고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도심의 대부분이 파괴되는 대재앙을 경험한다.

갑자기 나타난 도심 한가운데의 입지 좋은 폐허공간에서는 창의적이고 야심찬 건축가와 당시 발전하던 건축기술이 만났고, 시카고를 근대건축의 실험장이자 전시장으로 변모시켰다. 철골공법의 등장으로 고층빌딩이 지어지고, 엘리베이터 등의 신기술들이 도입됐다. 그리고 도시기능의 빠른 회복을 위해 장식보다 기능과 실용을 중시하는 ‘시카고학파’라는 현대건축의 트렌드를 만들면서 10년 새 화마의 도시에서 세계적인 마천루를 가진 도시가 되었다.

대재앙을 또 다른 기회로 만든 시카고는, 대화재 이후 도시 대개조 전략을 바탕으로 불과 20년만인 1883년에 세계엑스포를 개최하기 이른다. 당시 세계엑스포는 미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서 세계 여러 박람회 역사상 가장 성공한 박람회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당시 시카고는 백색도시로 상징되는 주행사장을 통해 새로운 도시의 미래상을 성공적으로 제시했다.

1871년 대화재에서 1883년 엑스포 개최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시카고를 국제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켰고, 도시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시의 휘장에까지 기념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상황을 보자. 부산은 2030년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하여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마도 2030년 세계엑스포는 부산에 있어 마치 대화재 이후 시카고 세계엑스포 같이 도시의 상징적인 역사가 되는 이벤트로 반드시 유치되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소멸위기론이 일반화됐고, 거기에 더해 부산은 전통적인 산업의 붕괴로 지역경제마저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관광, 마이스(MICE), 영화 산업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불황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화재와 같은 천재지변은 아니지만, 부산 역시 이미 꽤 오랜 시간 누적된 문제가 팬데믹을 계기로 도시의 기반이 무너지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재앙 수준의 총체적 난국에서 세계엑스포라는 세계적인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경제효과나 외교적 성과로만 치환될 수 없다. 5조 원 가량의 사업비로 43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8조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 61조 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기대만큼의 경제효과 수치는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발생되는 엑스포 유치의 무형의 가치에 더욱 중요하다. 2002년 아시안게임, 혹은 2005년 APEC 정도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마지막 부산의 행사다. 이어 부산이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하게 된다면, 개최장소인 북항 개발과 가덕신공항을 비롯한 필요한 기반시설 확보를 통해 부산 도심의 패러다임 전환은 물론 해양물류거점도시로 발돋움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2022년에 국제박람회기구(BIE)의 실사 평가를 바탕으로 2023년이면 최종 후보지가 발표된다. 부산시민들은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며 범시민 서포터즈를 조직해, BIE 평가에 큰 배점을 가진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부산의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아마 부산의 100년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엑스포 유치를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 우리 부산시의 시 휘장인 바다와 산, 갈매기에 더해 엑스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추가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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