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의 싸움’ 마취 치료, 호랑이보다 사슴이 더 어려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야생동물 수의사의 세계

동물의 보건과 환경 위생, 각종 질병 예방과 진료는 물론이고 인수 공통 전염병의 예방과 진료를 하는 의사를 수의사라고 한다. 현대에는 강아지나 고양이, 햄스터 등 가정에서 키우는 동물 즉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일이 많지만, 여전히 수의사는 소와 말 같은 대동물이나 야생동물을 치료하기도 한다. 모든 동물을 진료해야 하지만 야생동물이라는 분야 자체가 광범위하고 일반적이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부일동물병원 원장이자 부산여자대학 반려동물과에서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이영덕 교수는 5년 넘게 삼정더파크 지정수의사로 근무하며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을 동시에 가까이서 치료하고 있다. 이 교수를 만나 평소 접하지 못하는 야생동물 진료와 치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맹수의 경우 습성·먹이·증상 등 파악 필수
전신 마취 후 진료, 수의사 안전 매우 중요
질병 희귀 사례 많지만 수의학 치료 ‘최선’

■진료 자체가 힘든 야생동물

이 교수는 “부산의 야생동물 수의사는 해당 분야의 선봉에서 길을 개척해 나가는 수의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물의 종이 워낙 광범위해 문제가 생겼을 때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없으며 교본을 펴봐도 얕은 내용만 담겨있고 관련 논문들을 찾아봐도 몇몇 사례만 나와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진료와 치료에 동물들이 비협조적이라는 점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대부분 상황 자체도 좋지 않아 진료 과정 또한 힘들 때가 많다고.

이 교수는 “심각하고 희귀한 사례여도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은 있다. 자주 접해보지 못한 동물도 결국은 생명체이기에 기존의 수의학적 지식을 적용한다면 치료가 가능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한다.



■맹수는 2~3명 수의사 동시 필요

이 교수는 “맹수를 치료할 때 특히 많이 긴장하고 힘이 든다”고 토로한다. 약 200kg의 사나운 맹수인 호랑이를 진료할 때는 습성, 먹이 공급량, 증상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 가까이 접근해서 원인을 알아내고, 주사 치료나 처방 약물 급여하는 등 매일 증상을 살펴야 한다. 보통 전신 마취 후 진료를 하는데 체중 변화, 털의 변화, 탈수 상태, 혈액 샘플 등을 검사한 후 적절한 진료를 진행한다. 수액이 필요한 경우는 2~3시간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면서 수액을 처치하기도 한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맹수이다 보니 수의사의 안전도 아주 중요하다. 마취는 동물이 내실에 있을 때 블로건을 이용해 진행되며, 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안전장치를 확인한 후 사육사 2~3명이 함께 들어가야 할 정도로 힘이 드는 일이다.

맹수 중 호랑이의 경우 다치는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서열 다툼이다. 서열 다툼 중 호랑이는 좌상을 입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마취 후 봉합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 양산 지역 동물원에 살던 17살의 늙은 호랑이를 마취 후 진료하던 중 암이 발견돼 마음이 매우 아팠던 기억도 있다.



■맹수보다 더 힘든 사슴 마취

의외로 맹수인 호랑이보다 사슴이 치료가 더 힘들다고 한다. 호랑이는 내실에서 블로건으로 마취를 한 후 접근하지만, 사슴은 150여 평이 넘는 넓은 공간에서 마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슴의 뿔 관리를 위해 매년 정기적인 시기에 마취를 하고 처치를 해야 하는데 수의사들은 사슴 마취를 앞두고 유난히 긴장한다.

코끼리는 무게가 5톤이 넘기 때문에 수의사들이 치료에 위험한 동물로 꼽는다. 동물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 마취총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수의사는 결과가 호전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럽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오늘은 어떤 동물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라 항상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 불확실함을 이겨내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동물을 진료한다. 결국 동물을 위하는 마음은 반려동물이나 야생동물이나 같은 것이다”고 말한다.

이상윤 선임기자·김수빈 부산닷컴기자

suvel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