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30대 한인 여성 또 피살 “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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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30대 한인 여성의 안타까운 피살 소식이 전해진 후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범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피해자인 크리스티나 유나 리(35) 씨가 살던 아파트 맞은편 공원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는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활동가들과 아시아계 차별반대 단체, 아시아계 이웃 주민 등 100여 명이 모여 고인의 넋을 기리고 증오 범죄를 규탄했다.

지난달 지하철역에서 목숨을 잃은 중국계 미국인 미셸 고(40) 사건에 이어 두 달 연속 맨해튼 한복판에서 아시아계 여성이 아무 이유 없이 노숙자의 손에 살해된 데 대한 분노와 공포의 감정이 들끓는 분위기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집회에서 주요 참석자 발언이 끝날 때마다 “더 이상은 안 된다”와 “우리가 바꿔야 한다” 등의 구호를 합창했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에서 따온 “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브루클린에 사는 여성 필링 주닉(37) 씨는 “(유나 리와)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비슷한 나이로 뉴욕에 사는 같은 여성이어서 집회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린 아들과 밖에 나가는 게 무섭다. 집 주변을 걷다 보면 자꾸 누가 따라온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아시아계를 겨냥한 무분별한 증오범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심각해진 상태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2020년 28건에서 지난해 131건으로 급증했다. 이날 집회에는 “반 아시안 증오범죄가 361% 증가했다”고 알리는 팻말도 목격됐다.

인종을 이유로 한 증오범죄는 입증이 쉽지 않고 가벼운 범죄는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실제로 아시아계를 겨냥한 사건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주유엔 한국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묻지마 폭행’을 당한 직후 이번 살해 사건까지 벌어진 데 대해 한인 사회도 들끓는 분위기다. 뉴욕한인회도 15일 오전 맨해튼 차이나타운 현장 근처에서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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