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고 보자’식 지역 공약, 되레 불신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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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팔로 하트를 그려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거점유세에서 발언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여야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기간 시작 이후 전국을 돌며 지역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거나 지역 간 상충되는 내용이 포함돼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운동기간 첫날인 지난 15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가덕신공항 조속하게 착공해서 임기 중에 완공하고 필요한 기반 시설을 붙여서 지역 경제 발전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통령 임기 5년 안에 신공항 건설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기존에 주요 여야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2029년 완공보다 2년 앞당겨진 계획이다. 이날 윤 후보의 깜짝 발언에 유세 현장에서는 “실언이다” “파격적이다” 등의 말이 나왔다.

“가덕신공항 임기 중에 완공
대구신공항 3.8km 활주로”
윤석열 ‘약속’ 현실성 의문
이재명은 금융중심지 오락가락
“지역 간 상충, 공수표 남발” 지적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굉장히 의욕적인 태도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매립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2027년까지 완공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부산일보> 대선보도 자문단 박영강 신공항교수회의 공동대표는 “매립용 흙을 얼마나 말려야 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기간을 많이 단축하더라도 1년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 목표도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2029년 12월 개항이다.

윤 후보 측도 해당 발언이 “가덕신공항에 대한 의지의 표현으로 봐 달라”라며 일부 실수를 인정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전에 신공항이 완공될 수 있도록 절차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라며 “단순 공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임기 내 완공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임기 내 완공’ 발언은 선대위 차원에서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윤 후보가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고조된 유세 분위기에 따라 윤 후보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또 윤 후보가 같은 날 대구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관련해 “신공항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활주로가 3.8㎞는 돼야 한다. 약속할 것이냐”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즉석 질문에 “네, 형님”이라고 답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가덕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활주로 크기는 양 공항의 규모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수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윤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공통으로 내세우는 전북 제3 금융중심지 지정 공약은 국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16일 전주시 덕진군 거점 유세에서 “전주는 서울 다음가는 국제금융도시로 만들어 새만금과 전북 산업을 확실하게 지원하는 자금을 대는 금융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전북 8대 공약을 통해 전주를 금융중심지로 지정, 연기금을 기반으로 한 자산운용 중심의 금융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 지난해 12월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북 전주가)정말 금융중심지로 성장 발전할 잠재력이 있느냐? 결국 국제 금융기관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과연 거기에 관심을 가질까? 부산도, 서울도 있는데”라며 전북 제3 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7일 전북기자협회 인터뷰에서는 “금융 관련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통해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자산운용 중심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부산이 2009년 금융중심지 지정 이후 10년이 넘도록 위상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같은 공약을 내놓는 것은 내년 선거 표심을 노린 두 사람의 정치적 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과 서울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3 금융중심지를 지정하는 것은 또 다른 부실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국가 자원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전북 전주에는 이미 국민연금공단이 입주한 만큼 연기금 특화 금융중심지 형태”라면서 “부산의 글로벌 금융허브 역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은철·이승훈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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