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르고 보는 네거티브·헛공약, 막가는 대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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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팔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거점유세에서 발언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JM은 강남스타일!' 선거 유세에서 팔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에서 열린 거점유세에서 발언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지난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면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지만 양상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가 좀체 흐트러지지 않으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상대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네거티브 캠페인과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시대정신에 대한 토론은 실종된 지 오래고 정책과 비전 경쟁도 찾아보기 어렵다. 두 후보의 선거 캠프는 무책임한 공약 남발에 저급한 비방전에만 골몰할 뿐 자숙은커녕 유권자조차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라는 낯 뜨거운 평가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가장 역겨운 선거”라는 낯 뜨거운 평가

혼탁할수록 유권자 의식 더 깨어 있어야


우선 양측의 비방전이 도를 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의 대표는 상대 후보에 대해 각각 “범죄가족단”이니 “전과 4범”이니 하며 걸러지지 않은 표현으로 헐뜯고, 후보 자신들도 “공동체를 망치는 죄악”이라거나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길래 국민을 기만하냐”는 등 직설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원색적인 비방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기생충을 들먹이며 비난했고,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는 윤 후보를 겨냥해 섬뜩한 ‘오살 의식’을 벌였다가 해촉되기까지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저급한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

선거에서 가장 금기시할 게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마구 내지르는 선심성 공약이다. 그런데 지금 선거전을 보면 득표에 도움만 된다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나 재원 조달 방안은 나몰라라다. 지금껏 내놓은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 필요한 예산은 이 후보의 경우 300조 원, 윤 후보는 266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얼버무릴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공약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최대 관심사인 가덕신공항에 대해 윤 후보는 명확한 계획도 없이 임기 내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가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 투표일까지는 이제 20일도 남지 않았다. 국정 비전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이 기간마저 여전히 네거티브 비방전으로 소모된다면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다. 시정잡배식으로 막가는 선거전에 매달리는 것은 결국 유권자를 비롯한 국민을 무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후보들은 남은 기간만이라도 책임 정치를 표방하는 수준 높은 정책 선거전을 펼쳐야 한다. 유권자들도 눈을 부릅뜨고 어느 후보가 나라가 처한 위기를 이겨 내고 국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선거전이 저급하고 혼탁할수록 유권자의 의식은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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