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미 증권거래위에 수십억 원대 ‘과징금 지급 합의’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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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수십억 원대의 과태료와 추징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SEC가 ‘비자금 조성’ 등 회계 관련 혐의는 물론 베트남에서의 ‘뇌물’ 의혹까지 지적했지만 KT는 과태료와 추징금을 지급하는 데 동의했다. 한국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적극 대응하던 KT가 미국 SEC의 결정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이중 플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EC는 17일(미국시간) 공표한 자료를 통해 KT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해 630만 달러(한화 75억 원)를 지불하게 됐다고 밝혔다. SEC는 “이 같은 지적(findings)에 대해 KT가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350만 달러 민사상 과태료와 280만 달러 추징금 명령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뇌물 의혹 등 인정
한국서는 관련 혐의 적극 대응
“이중 플레이” 비난여론 쏟아져

SEC는 이날 공표한 명령문에서 KT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임직원들의 보너스를 과다 책정하는 방식으로 12억 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돈 가운데 일부는 KT 관리자의 개인 계좌에 들어갔고 일부는 KT 분당사옥 16층 금고에 보관됐다고 SEC는 밝혔다.

SEC는 이 자금이 KT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 관료’에 대한 ‘선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KT의 누구도 영수증 등 기록을 남기지 않았고 KT는 회계상 이 돈을 관리자에 대한 보너스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KT의 비자금 조성 사건은 국내에서 이석채 전 회장의 기소로 법정 공방이 벌어져 무죄로 결론이 났다.이 사건은 2013년 국내에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이 전 회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들어갔다. 대법원까지 갔던 이 사건은 파기환송을 거쳐 2018년 이 전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한국 법원은 이 전 회장이 개인 용도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SEC는 해당 사건이 부패방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고 KT에 책임을 물었다. KT가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부 관료에게 ‘선물’로 사용한 것은 부패행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KT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없이 조사 결과에 따른 범칙금 처분에 동의했다.

SEC는 최근 한국 법원이 벌금형을 내린 구현모 현 KT 대표 등 KT 임원들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에 대해서도 회계상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현모 대표는 현재 검찰의 약식기소에 이은 법원의 벌금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처럼 SEC가 한국 법원이나 검찰의 판단과 다른 태도를 보였지만 KT는 이를 반박 없이 수용했다. 이 때문에 KT에 대해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성명을 통해 KT가 “미국에서는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한국에서는 불복하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EC의 지적은 국제적인 논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EC가 KT의 베트남 정부 관료에 대한 뇌물 제공 의혹까지 지적해서다. SEC는 KT가 베트남에서 태양광 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계약회사를 통해 정부 고위 관료에게 ‘뇌물’(bribe)을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KT는 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KT는 SEC의 지적에 대해 “부패방지 행동강령을 제정하는 등 임직원 교육과 내부 통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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