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대의 기억, 예술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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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부장

아무도 몰랐다.

신문 기사 제목의 한 구절에 눈길이 머물렀다. 2020년 2월 21일 부산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가 나온 다음날이었다. 18일 는 부산 코로나 2년 현황을 다룬 기사를 보도했다. ‘첫 확진자 나왔을 때, 8만 명이나 감염될지 아무도 몰랐다’는 제목처럼 2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사 속 8만이라는 부산의 누적 확진자 수는 21일 0시 기준으로 11만 명에 육박한다. 며칠 사이에 3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국 누적 확진자 수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2년간 7450명이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2년… 누적 사망자 7450명
미술작품부터 공연까지 예술로 애도
재난 시대의 기억 담아내는 예술가
약자 향한 시선·연대 ‘각성’ 이끌어

지난해 는 코로나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을 보도했다. 예술가와 손잡고 코로나로 아픈 이별을 겪고도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한 유가족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했다. 미술관에 걸린 작품으로, 신문 기사로, 영상 인터뷰로 사연을 접한 많은 사람이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했다.

공감은 시선을 바꿨다.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더 아프게 했던 ‘선 화장 후 장례’ 방식의 방역수칙도 변경됐다. 올 1월 27일부터 코로나 사망자 유가족은 ‘선 장례 후 화장’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간이 접견 형식으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유가족이 직접 고인의 시신을 운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6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코로나19 희생자를 위로하는 ‘비손(Two Hands)’ 공연이 열렸다. 공연에서 ‘코로나 의료공백’으로 사망한 고 정유엽 군을 위한 무대가 펼쳐졌고, 유엽 군의 부모님이 무대 위에 올랐다. 미디어아트로 유엽 군과의 추억이 나무가 되어 피어올랐고, 어머니는 유엽 군이 좋아하던 ‘엄마표 김밥’을 건네며 아들을 배웅했다. 유엽 군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한 무대가 마음에 크게 다가오더라”고 했다. 미술작품부터 공연 무대까지 예술가의 작업은 재난의 시대를 사는 우리를 위로한다. 그리고 작품에 시대에 대한 기억을 품어낸다.

‘온라인 추모관’인 늦은 배웅 인터랙티브 페이지(bye.busan.com)에는 코로나 사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독자가 직접 작성하는 ‘내가 쓰는 부고’에서는 아내,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 친구 등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글을 통해 ‘얼굴은 모르지만, 동시대를 살아낸 누군가’에 대한 기억을 만날 수 있다. 이 또는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억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코로나 시대의 기억을 담아내는 일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위와 같이 예술가의 시선이 담긴 작품으로 기록되는 방식이 있다. 학계나 전문가 집단이 공적 기록을 남기는 방식도 있다. 역사적 사건이나 재난·재해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재해석되고 문학작품으로 기록되는 것과 같은 형태도 가능할 것이다.

2015년 영국 아티스트 마틴 톰슨은 서울에서 세월호 참사 1주년 기획 전시를 가지며 한 인터뷰에서 “각자에 맞는 방식과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도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 당시 그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인물, 상황에 대한 의미를 도장에 새기고, 이를 찍어서 작품으로 만들었다.

최근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국내외 코로나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이슈별로 분석한 결과 등을 담아낸 디지털 아카이브 ‘코로나19: 우리의 기억’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기록해 미래에 참고하기 위한 데이터로 보존한 것이다. 학생들의 작업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로 시대를 기억하려는 노력을 읽어낼 수 있었다.

시대의 기억을 남기는 일에 있어 예술가의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가진 ‘감각적 예민함’ 때문이다. 예술가를 만나 보면 그들이 동일한 환경에서 보통 사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사회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낸다. 사회의 가려지고 그늘진 곳을 발견하고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대의 가장 아픈 지점과 약자를 향한 예술가의 민감한 시선은 우리를 각성시킨다.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아직 정점은 아니며, 코로나로 끝이 아니라 다음에도 또 다른 팬데믹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매일매일 숫자로 갱신되는 코로나 현황 표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함께 이 시대를 넘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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