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화제 지원 조례도 없는 부산… “영화도시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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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7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비롯한 지역 국제영화제에 대한 부산시 지원 조례 제정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영화도시 부산’을 표방하는 부산시가 정작 국제영화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열린 부산시 영화영상정책위원회의 제규정/제도·페스티벌 분과위원회 회의에서는 부산시의 행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영화영상정책위는 지난해 5월 출발한 민·관 협치기구로, 부산시 영화·영상 정책의 자문과 심의 역할을 맡고 있다.

BIFF 지원 조례 3년째 ‘감감’
재정위기 속 한때 직원 월급 못 줘
국제단편영화제 등도 매한가지
부산시, 6월 이후 제정 가능 입장
영화인들, 시 소극적 태도 성토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지난 연말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에 따라 국제영화제의 개최·운영과 지원에 필요한 사항은 지자체의 조례로 정하게 돼 있음에도 부산시가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이석 동의대 교수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만 해도 울산시 울주군 군 단위에서의 조례가 있는데, 아직도 BIFF에 대한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며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영화제라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지원 근거 없이 하던 대로 하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들도 부산시가 영화도시를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정선 동서대 교수는 “국내에서 세계적인 영화도시라는 정체성을 타이틀로 갖고 있는 도시는 부산 한 곳이다”며 “그럼에도 이렇게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영화제가 운영되면 더 나은 발전이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주유신 영산대 교수는 “조례 제정 의지조차 없는 부산시가 과연 영화제를 키울 의지가 있는 것이냐”며 “‘다이빙벨 사태’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재 부산시의 영화·영상 정책 전반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당선인 시절 4년간 1000억 원을 BIFF 기금으로 조성하고, BIFF에 대한 안정적인 행정과 재정 지원을 약속한 ‘부산국제영화제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3월부터 관련 조례 제정이 추진됐지만, 3년째 표류 중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최악의 재정 위기를 맞은 BIFF는 한때 직원 월급조차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부산일보 2020년 6월 22일 자 1·4면 보도 등)되기도 했다. BIFF 측은 “BIFF뿐 아니라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등 부산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는 지자체와 협조 체계에 대한 규정이 없고, 지원의 근거도 없다”며 “반면에 다른 도시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우리나라의 규모가 있는 국제영화제는 모두 해당 영화제 운영·지원 조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BIFF 등 3개 국제영화제에 대한 조례안을 만들고 추진해 온 영화영상정책위는 늦어도 다음 달 부산시의회 임시회 때 해당 조례를 상정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그러나 부산시는 오는 6월 29일 개정된 영비법의 시행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령이 만들어지면, 그 뒤에 조례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김도남 부산시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기존 영상산업진흥조례에도 기본적인 지원 근거가 있고, 코로나 관련 지원도 다 해줬다”며 “조례를 안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기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승아 BIFF 부집행위원장은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질의하니, 조례 제정은 문체부 시행령과 상관 없이 지자체의 의지대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답변했다”며 “지난 3년 동안 추진해 온 조례 제정이 지지부진해 상위법인 영비법 개정까지 이끌어냈는데, 밥상을 다 차려놨더니 이제는 반찬 한 개가 덜 놓였다고 기다리자고 하는 꼴이다”고 반박했다.

김인수 부산시 영화영상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부산시의회 의원들도 변동이 예상되고, 시장 선거 이후에는 공무원들의 인사 이동도 대폭 이뤄질 것이다”며 “꼭 필요한 조례조차 제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새 담당자들에게 다시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시간 낭비를 되풀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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