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55) 경계 너머와 조우하기, 윤필남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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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윤필남(1968~)은 수공의 흔적과 감수성이 돋보이는 섬유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작가는 1999년 현대아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작가는 부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의 단체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전시와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윤필남의 ‘beyond’는 지름 4.5m가 넘는 대형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18년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지극히 사적인’에서 전시된 바 있다.

‘beyond’는 나선의 형태에 무수히 많은 조각천을 콜라주한 표면을 가진다. 화려한 색감의 조각천들은 한국의 전통 조각보나 오방색을 연상시킨다. 평면적이고 유연한 성질의 섬유는 작가의 조각적인 행위를 통해 오브제로 전환된다.

이 작업에서 섬유는 색면을 형성하는 재료이기도 하지만, 평면과 입체의 속성을 교차하게 하는 매개물이기도 하다. 윤필남은 섬유예술은 ‘가장 여성적이고 포스트모던적인 작업방식’이라고 언급했듯이, 색조각들의 변주에는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바느질 과정이 함축되어 있다.

작가는 본격적인 바느질 전 옷감을 고정하기 위해 꿰매는 시침질 방식으로 조각천들을 위치시킨다. 바탕천 위에 임시 바느질로 미묘하게 부착된 조각들은 가변적인 속성을 지니며 구축과 해체, 평면과 입체 그 사이를 부유한다.

천장 위에 매달린 작품 주위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바탕천과 조각천 사이 얇은 틈새와 맞닿은 면이 교차되어 관찰된다. 시침질 방식은 경계들의 틈새를 드러내고, 그 너머를 사유하게 하는 윤필남 만의 조각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김민정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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