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리스 신화에서 배우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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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윤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 본부장

신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히 과거를 되살리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다음을 여는 지혜도 준다. 카오스로 출발해서 최초의 신이자 대지의 신인 가이아로부터 시작되는 그리스 신화는 제우스로 정점을 찍는다.

올림푸스 산의 12 주신에 관한 그리스 신화! 제우스가 제왕신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치 만은 않다. 우라노스(제1대 제왕신)와 크로노스(제2대 제왕신)를 거치면서 크레타섬에 버려진 채 산양 젖을 먹고 자란 제우스는 제3대 제왕신이 되기까지 튀퐁과의 전쟁을 포함한 9년간의 마키아(신들의 전쟁)를 승리하고서야 비로소 제왕 신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탄생하는 올림푸스 12주신은 절묘한 균형과 적절한 안배 속에서 등장한다. 12주신에는 포세이돈(바다의 신), 헤라(결혼·가정의 신)와 같은 형제·자매와 아레스(전쟁의 신), 아르테미스(사냥의 여신)와 같은 아들·딸을 포함하여 인간과의 사이에서 탄생한 디오니소스(술의 신), 림프(요정)와의 연으로 탄생한 헤르메스(전령의 신), 장애를 가진 헤파이스토스(대장장이 신)도 12주신에 등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신들의 면면이 다시 보면 다양한 관계와 계층을 아우름과 함께 절묘한 조화와 안배가 빛을 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화를 얘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신화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되새겨 보고자 함이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어느 때보다 많이 힘들고 지쳐있다. 그 속에서 먹거리로 위안을 삼는 사람도 많아졌다. 먹거리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의 가치가 커졌다는 방증이다. 먹거리의 핵심이자 원료를 제공하는 농업의 중요성이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자 농촌을 향하는 발길도 많아진다고 한다.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요즘 트렌드로 농업 농촌의 가치가 더 부각되고 우리의 중요한 자산임을 느끼게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2021년 말 농업인과 도시민의 인식 파악을 위해 실시한 ‘농업 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앞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은 해마다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비중도 이미 80%를 상회한다고 한다. 우리 농업의 핵심적인 기능은 믿고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의 생산이다. 즉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먹거리 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 농업 부분에 대한 정부의 정책(예산)에 ‘제우스와 같은 적절한 조화와 안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성별, 출신, 장애를 불문하고 균형적 안목을 갖춘 제우스의 지혜처럼 농업을 비롯한 조금은 소외된 부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대선 국면이다! 한농연을 비롯한 농업계의 “국가 총예산의 4% 이상을 농업에 배정하라”는 주문이 주목을 받고 있고, 유력 후보들의 “농업예산 확대와 식량안보 실현”이라는 농정비전이 발표되고 있어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공약이 꼭 정책으로 이어져 대선 이후 새로 출범하는 새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에 어떻게 반영될지 기대해 본다.

덧붙여서 농촌과 농업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고, 식량안보 최일선에 있는 농업인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절실하다. 작년 본회의를 통과하고 내년 1월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농업계의 관심이 크다.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은 농·축산물로 한정하여 재정여건이 열악한 농촌에 농업이 다시금 기지개를 펼 수 있도록 다 같이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내가 스스로 우리농업을 지키고, 우리가 내 고향 농촌을 보살펴야 한다. ‘농업,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누군가의 외침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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