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절반 ‘A학점’ 지역 취준생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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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대학생 장 모(23) 씨는 최근 4.3(4.5 만점)이라는 높은 학점을 믿고 모 기업 취업 면접을 보러 갔다가 수도권 지원자들의 화려한 스펙을 보고 좌절했다. 코로나19로 교내외 활동이 모두 막힌 까닭에 장 씨는 전공 공부에 몰두했지만, 막상 취업문에 들어서니 학점은 더 이상 변별력이 없었다.

부산 대학가 ‘학점 인플레’ 심각
비대면 수업 고려 절대평가 늘려
수도권 학생과 성적 변별력 약화
새 스펙 등 취업 준비 혼란 가중

코로나19로 대학가 ‘학점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 대학에서 A학점을 받는 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어가면서 학점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져 대외활동 기회가 적은 지역 취업준비생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호소한다.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부산지역 4년제 대학교 전공과목에서 A학점을 받은 재학생의 비율은 53.2%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 2019학년도 A학점 비율인 32.9%에 비해 무려 20%포인트(P) 넘게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4년제 대학의 경우 A학점 비율은 58.8%로 전년도에 비해 21.9%P 늘었다. 성적 인플레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온라인 수업에 따라 각 대학의 성적 평가 제도가 유연하게 운용하면서 본격화됐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대부분의 대학에서 전공수업의 경우 수강인원의 상위 30%까지 A학점을 부여했으나, 코로나19 이후부터 그 비율을 50~70%로 높였다. 일부 대학은 아예 절대평가를 적용해 제한 비율을 없애기도 했다. 부산대의 경우 2020년 50%까지 A학점을 부여했고, 부산가톨릭대는 대부분의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

그러나 학점 상향 평준화로 취업 현장에서 학점 이외 교외 활동 비중이 높아져 취업준비생들의 부담도 커졌다. 특히 교외 활동 기회가 적은 지역 청년들의 고민이 심하다. 학점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자신을 드러낼 또 다른 스펙 등을 요구받는데 취업준비에 필요한 대외 활동 등의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된 까닭이다. 부산대 재학생 이 모(25) 씨는 “높은 학점으로 성실성을 평가받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활동을 해야 하는데 부산에서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다”면서 “당장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이동성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더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변은샘·김동우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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