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강소국 시대’… 한국의 역할, 지도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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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백승종

는 로마제국부터 미·중 패권 경쟁까지 세계사의 과거와 현재를 시원히 조망한 책이다. 전방위 역사학자로 일컬어지는 백승종이 썼다. 우리와 관련한 내용을 간추린다면 한국은 장차 세계사적 역할 감당할 강소국 시대를 전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적 시기에 빼어난 지도자가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제국은 9개다. 로마제국 몽골제국 오스만제국 대영제국 독일제국, 그리고 과거 일본제국과 현대적 제국인 미·중·소 3국을 다루고 있다. 일본제국은 동아시아 3국의 엇갈린 운명 속에서 다루고 있다. 현대적 제국을 살피면서는 앞으로 세계와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고 ‘역사에 관한 질문’도 하고 있다. 제국의 역사를 일별하면서 결국 동아시아 역사, 현재의 세계사를 살피고, 한국의 내일을 전망하는 것이다.

로마제국부터 미·중 패권 경쟁까지
세계사의 과거와 현재 시원하게 조망
세계사 현재 고찰, 미래 전망도 담아
“결정적 시기에 빼어난 지도자 있어야”

첫째는 세계사의 과거다. 로마제국은 한(漢)제국보다 경제력, 군사력 면에서 월등했다고 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것을 실현한 제국이었다. 하지만 로마는 기후변화와 전염병, 시민의 소득 양극화로 망했다고 한다. 멸망 원인이 자못 ‘현재적 의미’를 꿰뚫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전염병 유행은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자연’이라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라고 한다. 몽골제국은 장기간의 내분과 흑사병으로, 오스만제국은 고질적 내분과 종교적 편협함으로 멸망했다고 한다. 내분과 분열을 넘어선 일치, 개방성과 종교적 관용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읽을 수 있다.

둘째는 직전 세계사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던 것이 독일제국이었다. 독일제국은 대영제국을 타깃 삼아 1·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으나 패전을 거듭했고, 그 와중에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이 미국이다. 그러나 영국은 제국의 유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여전히 런던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며, 영어는 ‘세계인의 혀’인데 매년 수백만 명이 영어를 배우러 영국을 찾는다고 한다. 독일은 불가사의한 불굴의 나라다. 2차례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분단됐으나 1990년 극적으로 재통일을 이루고 이후 30년 만에 유럽연합을 이끄는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눈을 동아시아로 돌린다면 일본은 영국을 편들며 1차 대전에 뛰어들어 수준 높은 국제적 경험을 쌓았다. 1914년 중국 산둥반도의 칭다오 독일 조차지를 점령해 1922년까지 지배했고, 또 태평양의 독일 영토를 호주 뉴질랜드와 나눠 가졌다. 이때부터 미국과의 한 판 승부를 예고하는 태평양전쟁의 불씨가 잠재했다. 일본은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오만해지면서 1937년 난징에서 20만 명을 학살하는 등 2차 대전에서 침략적 제국주의로 거침없이 치달으면서 결국 원폭을 맞고 10만 명이 죽은 뒤 항복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자행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과거사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은 경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셋째는 세계사의 현재 고찰과 미래 전망이다. 현대적 제국은 러시아 미국 중국, 3국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다. 1990년 소련 붕괴 이전까지 미국은 그런대로 건전했다. 이후 유아독존의 최강국으로 오만해졌다. 군사 지출이 과도해져 재정위기가 일상화하고, 인종차별과 계층 갈등으로 사회통합이 깨졌고,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우위도 많이 상실했다. 그 틈을 뚫고 부상한 것이 중국이다. 현재 중국을 만든 결정적 인물이 덩샤오핑인데 그는 50년간 조용히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도광양회 전략을 제시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40년 만에 그 전략을 폐기하고 세계제국을 선포하며 미·중 갈등을 야기하고, 동아시아에서는 배타적 신중화주의를 강제하고 있다. 러시아도 서구와의 갈등으로 내부를 결속시키고 푸틴의 정치적 지위를 강화하지만 언제까지 저럴 수 있을지 불안하게 보인다.

저자는 앞으로 미·중·러 같은 큰 나라는 자국의 사회통합과 안정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평화를 유지하려면 여러 나라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들 큰 나라는 자기 몸도 추스르기 힘들 거라는 거다. 그래서 장차 강소국의 시대가 올 거라고 한다. 강소국은 어떤 나라들인가.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그리고 한국이다. 이들 강소국의 역할에 세계가 주목하는 시대가 올 거라는 것이다. 강소국 시대, 이것이 한국의 희망이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지도자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폴레옹, 링컨, 덩샤오핑, 빌리 브란트나 메르켈 같은 지도자가 지금 한국에 요구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백승종 지음/김영사/472쪽/2만 1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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