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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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매일 최다 기록 행진, 정점 도달 못해
-과도한 공포 가질 필요 없지만 신중한 접근을
-새로운 변이 없으면 "올가을 엔데믹" 전망도

보건소 의료진이 가득 쌓인 코로나19 검체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소 의료진이 가득 쌓인 코로나19 검체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에 따라 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택 치료자 70만~100만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부산 상황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22일 1만 명대에 올라선 뒤 연일 숫자를 늘려 가고 있다. 매주 감염 규모가 두 배로 커지는 ‘더블링’ 현상은 6주째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주(13∼19일) 부산의 오미크론 검출률은 99%에 달했다.

정부는 조만간 이번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유행 상황에 대한 전망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점은 언제고, 이 정점을 지나면 ‘계절독감’처럼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주기적 유행, 풍토병)으로 갈 수 있는 건지, 또한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 정부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본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엔데믹 관련 첫 공식 입장

엔데믹은 바이러스가 종식된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엔데믹을 “특정 지역 내 인구에서 질병이나 감염원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거나 유행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이 엔데믹 진입 초기에 해당한다는 첫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지난 22일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은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정적인 관리가 된다면) 최종적으로는 오미크론 대응도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 날 페이스북에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3차 접종자의 경우 계절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 가지 잘 보도되지 않은 사실을 더하자면, 60세 이하 3차 접종 완료자의 오미크론 치명률은 지금까지 0%”라며 “60세 이하의 경우 3차 접종까지 마치기만 하면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이 거의 없다. 사망의 위험성이 극히 낮아진다는 의미다. 오미크론 대응에 있어 이만큼 3차 접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이들 중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이 시작된 14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노바백스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이들 중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이 시작된 14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노바백스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치명률, 계절독감 수준일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이달 12일 사이 확진된 이들 중 13만 6046명에 대해 변이 분석을 진행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3차까지 완료했을 때는 계절독감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계절독감 치명률은 0.05~0.1%이고, 3차 접종 완료자의 오미크론 치명률은 0.08%로 나타났다.

반면 미접종자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면 치명률이 0.5%로, 계절독감 치명률의 5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5.39%로 3차 접종자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60세 미만 3차 접종자의 치명률은 0%였다. 이는 다시 말해 백신 접종을 3차까지 완료하면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계절독감과 비슷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계절독감과 유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즉,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많아져야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간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는 부산 동래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김종진 기자 kjj1761@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는 부산 동래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김종진 기자 kjj1761@

확진자 정점은 언제가 될 것인가

국내 정점 규모와 시기에 대한 전망은 전문 연구기관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지난 21일 발표한 국내외 연구기관 10곳이 수행한 코로나19 유행 전망을 종합하면, 오미크론 대유행은 2월 말이나 3월 중에 정점에 달하고, 하루 최대 14만∼27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유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 대한 전망은 이달 28일부터 내달 22일까지 다양했고, 정점 시 확진자 규모도 14만 3000명에서 27만 명까지 범위가 넓었다.

그런데 지난 23일 신규 확진자 수가 이미 17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24일 0시 기준으로도 17만 16명을 기록해 대부분 정점 시 2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33만 명 이상의 예측치도 나왔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감염 재생산지수가 1.67일 경우 일일 확진자 수가 1주 뒤 21만 3332명, 2주 뒤 33만 4228명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MBN>이 지난 23일 마련한 감염병 전문가 4인의 긴급진단에선 당분간은 확진자가 증가하다가 3월 초에서 중순께, 30만 명 안팎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3월 초에서 중순 정도가 되면 유행 정점이 완전히 지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영업제한 시간이라든지 사적모임 인원 제한 같은 것들은 4월 정도가 되면 거의 의미가 없는 정도의 수준으로 완화까지는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역시 <YT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정도 20만 명 수준에서 급증세 추세 자체는 좀 둔화하면서 한 주 더 지나면 약간 감소 추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4월 정도가 되면 상당히 안정세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도시철도 서울역 승강장에 23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17만 1452명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시철도 서울역 승강장에 23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17만 1452명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엔데믹 가능성 어떻게 되나

감염병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자면 계절독감처럼 되는 엔데믹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중증화율이 전제되긴 하지만 이르면 올가을에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빠르면 이번 가을, 이번 겨울만 잘 넘기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엔데믹이 빠른 시간 내 되길 바란다”면서 “현재로서는 3월 중순 최정점에 이른 이후 감소 추세로 가면 의료 대응 체계로 감당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엔데믹으로 이어지면 출구전략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거리 두기 개편과 관련,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정책을 큰 틀에서 개편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아직은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에 맞게 의료대응을 해 나가고 엔데믹이 이어질 때 출구전략을 같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도 방대본 백브리핑에서 “다른 국가들은 우리보다 이른 시기에 높은 발생을 보이고 감소 추세로 들어선 것”이라며 “국가별로 유행 시기가 다르고 우리는 유행 시기가 늦은 점이 있어, 이를 고려하지 않은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달 초 신규 확진자가 22만 명에 육박했으나, 최근 3∼4만 명대로 내려왔다.


오미크론 확산 속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촛불 밝힌 독일인들. 그라이프스발트 AP/DPA=연합뉴스 오미크론 확산 속 코로나19 희생자 추모 촛불 밝힌 독일인들. 그라이프스발트 AP/DPA=연합뉴스

낙관론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물론 대유행의 정점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낙관론을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방역당국 입장에선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덜어 내려는 취지”로 “계절독감처럼 관리 가능성 검토”를 계속 언급하지만, 아직 유행이 확산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오미크론 사망자가 하루에도 50~70명이 나오지 않느냐”면서 “계절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다. 감기는 더더욱 아니다. 감기로 사망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엔데믹의 조건은 △치명률이 0.05% 이하로 떨어져야 하고 △부작용이 작은 코로나 치료제를 동네 병원에서도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의 면역력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9년 신종플루 때도 치사율은 약 0.036%였다. 코로나는 이보다 약 20배 높기 때문에 벌써 엔데믹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학 감염내과 교수도 ‘3차 접종자에게 오미크론은 계절독감과 비슷하다’는 메시지를 낸 정부를 향해 “사실 계절독감도 만만한 병은 아니다”면서 “1년에 3000명 이상 사망하는 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 교수는 “미국에서도 통계가 나왔지만 접종자에 비해서 (미접종자가) 거의 8배 정도 오미크론으로 입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접종자에 대해서 상당히 위협적인 바이러스”라며 “아직 예방접종을 안 하신 분들은 빨리 접종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부산지역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2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재택치료 전담팀이 분주하게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지역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2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재택치료 전담팀이 분주하게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재택치료 관리 체계 점검 시급

문제는 확진자 증가세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보건소 등 방역 현장에서 혼란이 확산하는 점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재택치료 체계에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에는 생후 7개월 남아 확진자가 병원 이송 중 사망하고, 19일엔 50대 남성 확진자가 집에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일엔 7세 여아, 22일엔 생후 4개월 된 남아가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를 받던 중 증세가 악화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코로나19가 풍토병처럼 되려면, 유행의 정점에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대응 체계를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경증환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다. 정부는 위중증·사망을 최소화하면서 의료체계 여력 내에서 유행을 넘기는 게 방역 대책의 중요한 목표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방역패스의 축소나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시민들이 자체적·자율적 방역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추가 접종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개인 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상당히 높은 점이다. 오미크론 유행을 잘 넘기고 나면 우리도 안정된 상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달이 될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번 고비도 잘 넘겨서 엔데믹으로 가는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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