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덜 된 확진자 투표 관리에 방역 ‘살얼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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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가 투표시간대를 달리해 별도 투표에 나설 예정인데도 이와 관련한 선거 현장 방역 지침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아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만 최소 8만여 명 ‘격리 투표’
투표소마다 수백 명 찾을 듯
현 인력으론 사실상 통제 불가능
비좁은 공간서 감염 확산 우려
선관위 지침 ‘모호’ 혼란만 가중

27일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밀접접촉자, 자가격리자는 다음 달 9일 대선 일반 유권자 투표가 끝난 뒤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투표할 수 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하는 확진자, 밀접접촉자, 자가격리자 등은 당일 코로나19 확진·격리 상황을 기준으로 한다. 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치료 중인 부산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6만 898명이다. 이날 기준 확진자는 부산 전체 유권자 292만 41명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선 당일까지는 확진자 등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주일 사이 하루 평균 1만 2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추세를 단순 대입해도 선거일인 9일에는 최소한 8만 명에 이르는 확진자들이 별도 투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전 투표 이틀째인 오는 5일 투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투표소에서 확진자 또는 격리자 임을 증명할 수 있는 통지서 등을 제시한 뒤 마스크를 내려 본인 여부를 확인받는 절차를 거친다. 투표소까지는 스스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와 격리자를 통제할 수단은 거의 없는 셈이다. 최근 선관위가 이 같은 내용을 안내하자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벌써부터 우려와 불안감이 터져 나온다. 투표소마다 수백 명의 확진자가 몰려들면 기존 선거관리 인력과 장소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한꺼번에 투표소 주변으로 몰려들면 일반인과의 접촉 등으로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 연제구청 한 공무원은 “지난해 보선 때는 많아야 확진자 10명이 임시 기표소를 찾는 수준이어서 동선과 대기인원 관리가 가능했지만 올해 수백 명이 한꺼번에 방문하면 동선 관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하게 될 공무원의 감염 우려도 높아진다. 사하구청 한 공무원은 “비좁은 투표소의 경우 확진자가 마스크를 내려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과정에서 확진자와 공무원 간 거리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데도 현재까지 공무원 방역지침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은 전해진 게 없다”며 “투표소 현장 공무원들이 대거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선이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모호한 선거지침이 현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제구청 등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산시 선관위가 확진자 투표와 관련해 제시한 구체적 선거관리 지침은 없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추승진 정책부장은 “확진자 선거관리를 위한 추가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가장 밀접하게 마주하게 될 공무원의 감염 방지를 위한 대책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는 투·개표 요원들에게는 방호복 등 개인 보호구를 지급하고, 투표소 내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로 감염을 방지할 것”이라며 “추가 세부지침을 서둘러 마련해 현장의 혼란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변은샘·나웅기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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