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 때 한글교실 만난 건 축복… 졸업해도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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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러 가는 날이면 내 마음은 오색이 영롱한 무지개를 타고 하늘을 오르는 기분이었어요. 모두의 수고와 노력으로 졸업장을 받게 돼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달 28일 경남 하동군청 소회의실. ‘하동군 2022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초등학력 금성반 반장 이복순(85) 할머니는 이렇게 특별한 졸업소감을 밝혔다.


하동군 2022 문해교육 졸업식
평균 연령 79세… 할머니 13명
3년 과정 이수해 초등학력 취득
할머니들 삶 담긴 자서전도 발간

이날 졸업식에서 반장인 이복순 할머니를 비롯해 하동지역 할머니 13명이 3년 과정을 이수하고, 초등학력을 취득했다. 이들 하동 할머니 13명은 2019년부터 3년간 연 240시간, 모두 720시간의 초등학력 전 과정을 마치고 영예의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79세다.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자서전 도 발간됐다. 지난해 지역문해교육 특성화 시범운영사업에 선정된 자서전쓰기 프로그램 덕분이다.

악양글벗반 반장 이순자(78) 할머니는 “삶에 지쳐 힘들 때 축복처럼 한글교실을 만나게 됐고, 모두가 아껴주고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남다른 향학열을 전했다.

최고령 허순달(87) 할머니를 비롯한 이복순(85), 이순자(78) 할머니는 3년 개근상까지 받았다.

졸업식장에서 윤상기 하동군수는 “어르신들이 간혹 보내준 편지는 힘든 군정을 수행하는 과정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꾹꾹 눌러쓴 글자처럼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군수가 돼야겠다”며 “어르신들의 배움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2007년부터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늘배움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69명이 참여했다.

2019년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아 초등학력 인정과정을 운영 중이며, 모두 2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도 하동군은 초등학력 3반과 늘배움 한글교실 22반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선규 기자 sunq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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