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모노레일, 기약 없는 이주 대책에 ‘반쪽 공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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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조각공원에서 천마산 모노레일 관련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 서구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이 일부 구간 부지를 둘러싼 주민 이주 갈등이 길어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공한수 부산 서구청장의 1호 공약 사업인 만큼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한 ‘공약 이행용’으로 공사가 무리하게 강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서구청에 따르면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돼 최근 천마산 조각공원 인근 도로와 전망대 일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구청이 직접 진행하는 이 사업은 크게 △모노레일 제작·설치 △복합전망대 설치 △하부정거장 건설 세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구비 135억, 시비 95억으로 총 230억 원 예산이 투입된다. 내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230억짜리 사업 지난해 말 첫 삽
하부정거장 부지 두고 오랜 갈등
비석마을 주민들 생존권 요구
“내쫓을 생각 말고 대책 세워야”
구청장 무리한 공약 강행 지적도

공사가 시작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사업 부지의 주민 이주대책은 지지부진하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공사 구간은 모노레일 하부정거장 부지다.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 주민 40여 세대가 70여 년간 살아온 현장이다. 비석마을 일대가 모노레일 하부정거장과 공영주차장 부지로 지정되자 이곳 주민들은 주거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과 서구청은 2020년 10월부터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서구청은 지난해 12월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갈등 상황이 길어지면서 모노레일 사업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노레일의 탑승 대기시설로 이용될 하부정거장과 공영주차장은 하나의 건물로 조성된다. 건물 지하 3층부터 지상 2층까지가 공영주차장이고, 지상 3~4층은 하부정거장으로 이용된다. 이 건물 부지 확보가 늦어져 공사가 지연되면 나머지 구간 공사가 끝나더라도 모노레일은 운행이 불가능하다. 지역사회에서도 비석마을 주민 이주 대책 없이 강행되는 모노레일 공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6월 이 사업의 예산안 심사에서 ‘원주민을 위한 이주 대책이 없다’며 시비 7억 원을 삭감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서구의회에서도 여야 구의원들이 주민 이주 대책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사업은 공한수 서구청장의 1호 공약사업이다. 공사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사업 부지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자 공 구청장이 대표 공약 사업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구의회 배은주 구의원은 “성급한 사업 진행 상황으로 볼 때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의 공약 이행을 위한 사업으로 보인다”며 “비석마을 주민도 구민인데 서구청은 무조건 내쫓을 생각만 하지 말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청 신성장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주민들이 사는 부지는 구청 소유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사업 진행에 큰 문제는 없다”며 “서둘러 이주 보상 협의를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변은샘·나웅기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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