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56) 역사적 표정을 그려내다, 예유근 ‘갇힌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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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유근(1954~) 작가의 ‘갇힌 호랑이’는 현실의 왜곡된 역사적 표정을 나타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새로운 형상성의 추구’라는 작가들의 의식 변화를 대변한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구체적 이미지를 포착하고, 삶이 전개되고 있는 개인의 서사에 주목하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 전통적 정신의 기반인 산신령마저도 가두어 버린 시대. 변화하는 서구의 회화 이론과 동시대에 대한 격렬한 고민을 ‘닫힌 창’을 통해 들여다보고, 열리기를 기대하는 삶의 표정으로 새로운 기법의 회화적 표현 회복에 집중했다.

혼란한 독재시대 속 현실의 체험은 개인의 자유로운 정신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켰다. 인간과 현실을 주제로 한 알레고리적 양상으로 발현되었고, 더 나아가 정치·사회적 상황에 놓인 개인의 현실에 대한 체험적 진술을 담은 ‘비판적 리얼리즘’ 작품이다.

기존 신령각의 호랑이와 인물 묘사를 지우기도 하는 드로잉과 그림 앞에 놓인 제물과 일장기를 단 비행기 같은 오브제 등의 등장은 전통적인 회화 가치가 혼란한 시대의 초상을 나타낸다.

급격한 산업화, 인간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 변화된 가치 체계에 의해 황폐해진 개인의 삶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서술하고자 했다. 이런 의미에서 작품은 개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격랑의 시대를 주제로 전통과 현대, 일상과 인간, 그리고 역사인식으로 나타냈으며, 삶과 체험을 드러내는 손으로의 회복은 작업의 주요한 전환점이다. 역사 인식에 대한 삶의 방식을 회화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드러내고, 회화 평면과 오브제를 통해 ‘입체적 지층의 충돌’이라는 다각적 시선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우경화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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