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러, 무차별 폭격… 대규모 민간인 희생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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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의 거리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돼 있다. 러시아군은 침공 엿새째인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르키우와 수도 키예프, 남부 도시 헤르손 등을 중심으로 무차별 포격과 폭격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도 속출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사적 면에서나, 경제적 면에서나 난항을 겪는 러시아가 무차별 폭격 태세로 전환해 국면을 바꿔보려는 정황들이 포착돼,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

군사·경제적 난항 국면 전환용
병원과 주거지 안 가리고 공격
키예프 시민 공포… 필사적 탈출
젤렌스키 “민간인 공격 중지” 촉구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에 2일(현지시간) 러시아 공수부대가 진입했다고 AFP통신이 우크라이나군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리코프에 상륙해 지역 병원을 공격했다”며 “현재 침략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에 교전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시내 중심가에 다연장 로켓 공격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폭발에 휘말려 한쪽 다리를 잃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병원과 유치원, 학교 등에 대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이 이어져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또 이날 키예프에서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TV타워가 파괴돼 국영 방송이 마비됐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근처에서 64km가 넘는 러시아군의 행렬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며, 이는 키예프를 포위해 집중공세를 퍼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러시아 전문 연구원인 마티외 불레그는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은 기본적으로 (이전과 다른)두 번째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불레그는 “이전보다 더 잔인하고, (서방의 시선 등에)눈치를 보지도 않고, 제한 없는 전쟁이 벌어져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혈 사태도 더 잦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행렬에 식량, 연료 등 병참 물자뿐 아니라 중화기 무장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키예프 중앙역에서는 키예프를 빠져나가려는 필사적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현장 취재를 통해 “기차는 오자마자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꽉 찼고, 일부 가족들은 아이들과 엄마만 먼저 태울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키예프 시민들은 지금 공포에 질려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민간인 대상 공격을 ‘국가가 주도한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2차 협상이 곧 있을 것이라는 현지보도가 나온 가운데, 협상 중단 가능성도 점쳐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폭격을 계속하는데 (협상 테이블에)앉을 수는 없다. 최소한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러시아와 첫 번째 협상에 대해서는 “진전된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2차 협상이 있을 전망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지만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측)이 준비돼 있지 않다면 협상은 시간 낭비일 것”이라고 밝혀, 협상 중단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또 이번 러시아의 민간인 대상 공격이 노골적인 전쟁 범죄, 국가 주도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고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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