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일화 태풍권 대선, 유권자의 시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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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결국 중도 사퇴했다. 대다수 국민의 예상을 깨고 3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격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대선 정국의 막판 최대 이슈로 여겨졌던 양측의 단일화 문제가 극적으로 매듭지어졌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분전하고는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간 양강 구도는 더 고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이고 민주당은 그 파장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표심을 향한 여야의 움직임은 한층 긴박해진 반면, 사전투표를 불과 하루 남기고 이뤄진 단일화 선언에 유권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윤·안, 사전투표 하루 전 단일화 선언
적극 투표 참여로 옳고 그름 심판해야

단일화를 향한 안 전 후보의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평소 야권 일부의 줄기찬 단일화 요구에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고, 현장 유세에서는 ‘이순신의 12척 배’를 언급하며 결연한 완주 의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단일화 선언 전날까지 TV토론에 태연히 참여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3일 새벽에, 그것도 자신이 먼저 윤 후보와의 담판을 요청해 전광석화처럼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다. 그의 완주를 기대했던 지지자들에게서 개탄하는 소리가 나오고 일각에선 권력 나눠 먹기 야합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 전 후보가 윤 후보 측으로부터 차차기 대권을 약속받았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온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23~28일 재외국민투표에서 안 전 후보를 선택한 표는 사표가 됐다.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국민에게는 언제든지 빈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꼭 당부할 게 있다. 안 전 후보와 윤 후보는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미래 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 등의 위기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진영 간 분열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개혁과 통합 정치는 차기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명이 됐다. 이번 대선에서의 승패와 관계없이 윤·안 양측의 그 약속이 부디 허언에 그치지 말고 내실 있는 정책과 비전으로 구체화돼 실천되길 바란다.

윤·안 단일화로 이번 대선 정국은 더욱 격동하게 됐다. 더구나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지지자 결집을 위한 분열과 대립이 가중할 우려가 커졌다.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치교체’와 ‘정권교체’를 둘러싸고 숱한 구호들이 난무하지만 선택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4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가 시행되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마침내 유권자의 시간이 도래했다. 투표 참여는 당연한 것이고, 나아가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국가 미래상에 대해 그 타당성과 실효성, 실천력 등을 꼼꼼히 따져서 선택해야 한다.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한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해서도 투표로 옳고 그름을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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