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이태규 의원 ‘의기투합’ 윤·안, TV토론 후 회동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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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전말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3일 단일화는 지난 몇 달간 지루하게 반복된 신경전에 비춰 보면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안 철수한다’며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혀 온 안 후보가 예상 밖 선택지를 꺼내 전격 성사됐다. 정권 교체를 위해 사실상 안 후보의 결심을 ‘압박’한 국민의힘과 윤 후보 측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을 정도다.

‘이순신 12척 배’를 언급하며 결연한 완주 의지를 강조하던 안 후보의 태도에 변화가 공개적으로 감지된 것은 지난 1일. 3·1절 기념식에서 윤 후보와 만날 의향을 묻자 “중요한 어젠다를 논의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낮은 지지율에 완주 실익 없어
안, 정권 교체 실패 부담감 느껴
대화의 끈 놓지 않은 것도 주효

안 후보의 결심은 대선 ‘완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 많다. 윤 후보가 선거에서 졌을 때, 정권교체 실패 책임론을 오롯이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과 함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10%를 밑돌게 되면 선거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한다.

단일화 급물살 배경에는 윤 후보 측 전권대리인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이 지난달 27일 협상 결렬 이후에도 “끝까지 노력하자”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것도 있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심이 곧장 실현될 수 있는 토대가 살아있었던 셈이다. 실제 마지막 TV토론이었던 2일 오후 8시 토론 시작 전에도 장·이 의원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의기투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오후 10시 토론이 끝나자 장 의원은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의원과의 이런 협의 내용을 보고했다. 이 의원 역시 토론을 마친 안 후보를 비밀리에 국민의당 당사로 인도해 윤 후보와 만나야 한다고 설득했다. 결국 두 후보는 3일 0시께 장 의원 매형이자 안 후보 지인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자택에서 마주했다. 장제원·이태규 의원이 배석했다. 성 교수는 안 후보가 안랩 주식 절반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안 후보와 막역한 사이다.

만남에서는 시작부터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웃음이 터져 나왔고, 협의가 비교적 단박에 이뤄졌다고 한다. 이후 공동선언문 문안을 정리한 뒤 이날 오전 8시 국회 기자회견에 짙은 색 계열 정장에 각각 분홍색(윤석열), 어두운 붉은색(안철수) 넥타이를 매고 나란히 등장, 단일화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선언을 한 뒤 이날 중앙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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