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상자 투표함 내놓자 “이게 말이 되느냐” 항의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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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투표소 측이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용으로 투표함 대신 내놓은 종이 상자.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뜨거운 관심과 열기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 현장 곳곳에서 혼선과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종이 상자가 투표함으로 등장했고, 확진자들과 일반 투표자들 간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뒤섞이는 현장도 부지기수였다.

확진자 기표소, 일반 상자가 투표함
우체국 택배 상자에 투표용지 모아
시민들 불만·항의에 경찰 출동까지
확진자·비확진자 동선 관리도 엉망
선관위 “투표함은 투표소당 하나만”



■확진자 사전투표, 준비 부족 ‘뭇매’

“우체국 택배 상자가 투표함인 게 말이 됩니까.”

5일 오후 5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문화센터의 코로나 확진자·격리자 임시기표소에서는 고성이 울려 퍼졌고 투표가 한동안 중단됐다. 긴 시간을 기다려 임시기표소에 들어간 시민들이 투표함 대신 우체국 택배 상자에 투표 용지를 모으는 것에 불만을 터트린 것이다. 이 임시기표소에서는 확진자가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봉투에 담아 선거사무원에게 전달하면 사무원이 우체국 택배 상자에 용지를 모으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규격화된 봉인 투표함도 아니었을뿐더러, 투표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는 방식이 아니었던 만큼 직접선거와 비밀선거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날 부산지역 확진자 임시기표소에서는 제각각의 ‘상자’가 투표함으로 사용됐다. 서구 충무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A4용지 상자 뚜껑’이, 수영구 망미동에서는 선거사무원의 손이 투표함으로 사용됐다. 이미혜(51·여) 씨는 “직접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으면 투표 용지가 중간에 사라질지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한 70대 여성은 “지금이 6·25 전쟁통도 아닌데 왜 이렇게 허술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해운대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시민들의 항의가 커지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이날 서구 충무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확진자 투표 대기 줄이 길어지면서 소란이 일었다. 김 모(34) 씨는 “별도의 대기 공간도 없어 일반 투표자들에게 눈치가 보였고, 밖에서 1시간 넘게 기다리면서 증세가 더 악화됐다”며 “한참 기다리다 몸 상태가 안 좋아 도로 집에 돌아간 확진자도 많았다”고 말했다.

확진자와 비확진자 간 동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방역에도 구멍이 났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대기 줄이 나란히 붙어 있었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확진자 기표소 안내 표지나 안내 인력이 없어 확진자가 일반 투표소로 들어가 대기하다 뒤늦게 안내를 받고 돌아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공직선거법상 ‘1투표구 1투표함’ 원칙을 고수하다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선관위 관계자는 “원래 투표함은 사전투표소 하나당 하나밖에 둘 수가 없다”며 “임시 기표소에서 사무원과 참관인이 직접 투표용지를 기존의 투표함으로 직접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인데, 예상치 못한 불편이 이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에서도 이미 기표된 투표 용지 6장이 유권자에게 배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6시 40분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 6명이 이미 기표된 투표 용지를 건네받았다..



■사전투표 열기는 ‘후끈’

연일 코로나 최다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사전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부산의 사전투표소는 휠체어를 타고 요양보호사와 함께 투표에 나선 80대 여성, 관외 선거를 하러 온 20대 남성 등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겠다는 유권자로 붐볐다.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11시께 부산 동구 초량3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 앞에서는 유권자 15명이 자신의 투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병호(88) 씨는 휠체어를 타고 요양보호사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박 씨는 “뽑으려고 생각해 둔 후보가 있어서 망설임 없이 투표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투표소를 찾는 시민은 점점 늘었다. 낮 12시 30분께 부산진구 전포제1동 사전투표소 앞에는 시민 50여 명이 줄을 섰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부부는 “교육, 보육 정책에 힘써 우리 아이들과 같은 미래 세대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롭게 선출되는 대통령이 부산 지역 발전을 이끌어 달라는 소망도 드러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수영구 광안제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박기대(68) 씨는 “가덕신공항 추진 등으로 부산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부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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