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30분까지 도착하면 확진자 투표 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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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암제1동 제4투표소인 부산진구청 백양홀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진·격리자들에 대한 본투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확진·격리자가 선거 하루 전날까지 급속하게 늘어난 데다, 수많은 확진·격리자가 본투표에서도 사전투표 때처럼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전투표 때와 같은 혼란과 혼선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본투표일인 9일 확진·격리자들은 오후 5시 50분부터 외출이 가능하며,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일반 유권자와 같은 ‘직접 투표’ 방식으로 투표한다. 지난 5일 사전투표 때 확진·격리자들은 임시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확진·격리자가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한 뒤 봉투에 담아 선거 사무원에 전달하면 사무원이 종이 상자 등에 용지를 모으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직접 선거와 비밀 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본선거 때는 확진·격리자도 직접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놓았다.

확진·격리자 투표 혼란 재연 우려
일반 투표 늦게 끝나면 동선 겹쳐
확진자 몰리면 장시간 대기 예상
업무 과중 사무원 현장 통제 한계

확진·격리자들은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모두 투표가 가능하다. 확진·격리자의 투표 시간은 오후 6시~7시 30분으로 정해져 있지만, 인원이 몰려 투표 시간이 연장되는 경우 투표소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투표가 진행된다.

선관위의 대책에도 확진·격리자의 동선 관리와 방역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확진·격리자 투표소 방문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시간 30분으로 짧지만, 지난 사전투표 때처럼 많은 확진·격리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재택 치료 중인 확진자(지난 7일 오후 8시 기준)는 9만 9000여 명으로, 이 중 일부가 지난 사전투표 때 투표를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현장 통제를 위해 대기 줄마다 선거사무원을 1명 배치한다고 밝혔지만, 수백 명의 대기 인원을 1명이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별도의 대기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부산시선관위는 ‘가급적 내부 대기 장소를 마련하라’는 지침을 각 투표소에 내렸지만, 현실적으로 각 지자체에서 급하게 대기 장소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투표소의 대기 장소는 야외나 열악한 내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후 6시까지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가 끝나지 않을 경우 투표소에 일찍 도착한 확진·격리자들은 일반 유권자들과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다. 확진·격리자가 대거 몰리고, 투표 시간이 연장되면 이들이 야외에서 장시간 대기하며 또 따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확진·격리자 투표로 기존 선거보다 투표 시간이 연장되면서 업무가 과중된 선거사무원들의 현장 통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확진·격리자 투표소 도착 마감시간은 7시 30분으로, 실제 투표 마감 시간은 최소 오후 8시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선거사무원은 투표 준비를 하는 오전 5시부터 투표 마감을 하는 오후 8시 30분까지 15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인력충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5~6명의 선거사무원이 수백 명의 유권자 현장 통제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5일 사전투표 땐 선거사무원이 확진·격리자들의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는다는 항의도 있었다. 부산 동래구선관위 등에 따르면 5일 60대 동래구 주민 A 씨는 사전투표 현장에서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가 생략된 채 투표가 진행됐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대기 장소를 별도로 마련하고, 인력도 충원해 사전투표 때 있었던 혼란과 혼선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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