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57. 공기에 의한 팽창과 수축… 변화하는 형태의 시각적 재현, 이병호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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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1976~)는 홍익대 미대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가는 형태를 변형할 수 없는 완결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완성’이라는 조각에서의 일반적이고 오래된 통념을 깨고자 했다.

그는 인체를 작품의 소재로 삼아 실리콘으로 캐스팅해, 비어 있거나 보이지 않는 실체를 제시하는 작품을 제작해 왔다. 이병호는 이러한 방법으로 고정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소멸하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전통적인 조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고전적인 석고 조각처럼 보이는 ‘기도’는 2012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에어 컴프레셔의 공기 주입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실리콘을 재료로 한 손은 신체의 표면이고, 피부의 팽창과 수축을 이끄는 에어 컴프레셔로 발생하는 공기는 외부의 영향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아 새롭게 형성되고 변화하는 형태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밖에 없는 제한된 시간에서의 삶, 그 불변의 진리 가운데 발생하는 변화와 굴곡된 시간들의 ‘조각적 표현’ 이다.

연인의 맞잡은 손을 모티브로 제작한 이 작품에서 두 손의 팽창과 수축은 물리적 변화를 넘어 정신적 변화로까지 확장되는 작가의 주제 의식을 나타낸다.

이렇듯 이병호는 인간의 삶을 인체를 통한 ‘조각의 언어’로 구현하는 동시에 조각 표면의 문제를 탐구한다. 의미의 불투명성과 시간성을 내재한 채 재현의 전통과 조각적 관습을 부정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20세기 현대 조각이 당면했던 과제를 현재로 소환한다. 최지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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