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미지의 타자’가 건네주는 ‘큰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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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윌 버킹엄

“낯선 사람을 조심해라.”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낯선 사람은 위험하고 익숙한 사람은 안전한 걸까?

우리가 생각하듯, 사람들은 낯선 이들에게 늘 문을 걸어잠그는 것은 아니다. 한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들의 화덕 터에는 외부의 낯선 사람들과 만찬을 즐기며, 새로운 관계를 맺은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낯선 사람과 연결되려는 욕망, 즉 ‘필로제니아’ 역사는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제노포비아’만큼 유구하다.

저자는 낯선 만남에 도사린 위험보다 그로부터 얻게 되는 보상에 초점을 맞춘다. 낯선 만남이 가져올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불확실성은 최소화하려는 실천을 두루 조망함으로써, 저자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는 창의적 방식을 재발명할 수 있는 단초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숱한 사람들이 현재 앓고 있는 외로움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책의 집필 동기 중 하나라고 밝힌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경계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는 철학자이자 여행자인 저자. 아내와 사별하고 실의에 빠져 지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은 경험을 계기로 낯선 이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를 여행하며 직접 겪은 경험을 씨줄로, 문학과 철학, 인류학의 풍부한 지식을 날줄로, ‘미지의 타자를 환대하는 일’을 둘러싼 삶의 복잡다단한 풍경을 우아한 필치로 그려낸다. 낯선 이에 대한 환대는 고독과 불신, 적대를 해소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히는 단초가 된다고 하면서…. 윌 버킹엄 지음/김하현 옮김/어크로스/352쪽/1만 7000원. 윤현주 선임기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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