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항, 세계 4대 미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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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대선이 끝났다. 이제는 부울경 메가시티와 부산항으로 고개를 돌릴 때다. 돌이켜 보면 어떤 도시는 성공적으로 변모했지만, 또 어떤 도시는 번영하다 쇠락의 길로 빠지기도 했다. 걸음마를 시작한 부울경 메가시티와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부산항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결과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와 부산의 미래는 우리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다. 20세기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세계의 대도시는 지금까지 번영의 길을 가고 있기도 하지만, 쇠락의 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복잡하게 얽힌 도시의 기능이 변했기 때문이다. 도시를 둘러싼 사회 환경도 변했다. 도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소위 ‘스프롤(sprawl) 현상’도 발생했다. 도시의 급격한 발전과 지가 급등 등으로 도시 주변이 무질서하게 확대되는 현상이다. 쇠락한 대부분의 도시는 스프롤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이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대표적이다.

메가시티·북항 개발 박차 시점
세계 미항들 해양레저 발달 특징
시민 삶의 질 높이기 동시 도모
스마트한 미래형 미항 선도해야

세계적 해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은 북항 개발이 한창이다. 메가시티를 구상하고 부산의 도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부산 도심에 마지막 남은 북항 주변 공터에는 상업·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도시의 기능을 충족해 성공한 도시가 되기 위한 외형적 발전인 것이다. 그러나 외형적 발전이 최종 목적지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개발에 중점이 있을 뿐 시민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는 않은 듯해서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갈등의 양 극점이 표출되는 중이다. 사실 도시의 기능은 외형적 성장보다는 시민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어야 한다.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반 인프라가 충족되어야 한다. <도시의 승리>의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성공을 위해선 인구의 밀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외형적 성장도 이처럼 필요한 부분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한 외형적 성장이라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다만 외형적 확장이 반드시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 책은 변화를 허용하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기에 부산은 복잡한 현대의 도시 특성을 품는 동시에 인간의 체취로 이루어진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은 대도시인 동시에 항구도시다. 기후위기 시대의 현대 도시는 과거 번영했던 도시의 개념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이탈리아의 나폴리는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린다. 하지만 부산항은 미항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부산에는 없고 3대 미항에만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항만을 둘러싼 자연경관만 비교하면 부산항은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 부산항 바로 앞에는 오륙도와 영도가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해수욕장과 수려한 산도 배후지역의 입지를 돈독히 하고 있다. 항구로서의 특성과 미적 아름다움의 근간이 충분하다. 오페라하우스와 코르코바두의 그리스도상, 휴양지로 각광받는 금융도시 나폴리의 공통점은 사실 여가를 즐길 해양레저가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미항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해 왔다는 증거다. 하지만, 부산항은 앞서 거론한 세계 3대 미항과 달리 뉴욕항이나 샌프란시스코항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외형적 확장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외형적 성장이 생활의 질 저하를 보상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삶의 단상>에서 우리 인간은 심미적 인생관과 윤리적 인생관 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강요당한다고 했다. 한쪽 선택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항 개발엔 두 가지 선택지만 있지는 않다. 제3의 선택으로 외형 성장과 내적 질 향상을 동시에 도모할 수도 있다. 부산항은 자율운행선박이 운항하는 스마트 항만, 환경오염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21세기형 항만을 꿈꾸고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설계로 미래형 미항을 선도해야 한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부산항 개발은 여전히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부산항의 보다 높은 가치 창조를 위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부산시는 엉거주춤하는 햄릿 증후군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현대사회는 더 빠른 변화를 요구한다. 선택과 책임, 윤리적 판단과 심미적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천하자. 지금 우리의 선택은 부산항을 세계 4대 미항의 반열에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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