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대위 ‘2030·비주류’ 전면에… 내부 ‘쓴소리’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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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3일 디지털성범죄집단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박지현(26)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내용의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을 발표했다. 박 부위원장과 함께 광주선대위 공동위원장인 청년창업가 김태진(38) ‘동네줌인’ 대표, 권지웅(34) 전 선대위 청년선대위원장 등도 기용됐다. 현역 의원 중에는 조응천(59)·이소영(37) 의원, 전직은 채이배(47)·배재정(55) 전 의원이 합류했다.

‘n번방’ 공론화 박지현, 공동위원장에
친문·586 빼고 조응천·배재정 등 합류
‘내로남불’·강경파 문화 척결엔 회의적
윤호중 위원장 책임론도 계속 이어져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인선안에 대해 “청년·여성·민생·통합의 원칙으로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면서 “특히 전체 비대위원 절반을 2030세대로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당을 장악해 온 친문(친문재인) 586이 2선으로 빠지고, 대신 비주류와 청년, 여성이 과반을 차지한 것이 특징적이다. 윤 위원장은 특히 박 공동위원장에 대해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불법과 불의에 저항하고 싸워 왔다”면서 “청년을 대표하는 결단과 행동이야말로 저희 민주당에는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성범죄대책, 여성정책, 사회적 약자와 청년 편에서 정책 전반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대선 막판 국민의힘의 ‘이대남’ 구애 전략에 반발한 2030 여성이 대거 이재명 후보 쪽으로 몰리면서 ‘초박빙’ 승부가 펼쳐진 것을 감안, 2030 여성의 전면 배치로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 정치와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전략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공동위원장 2명을 포함해 총 8명으로 출범했고, 오는 25일쯤 선출될 새 원내대표와 한국노총 추천 비대위원 등 2명이 추가 합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비대위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당의 전면적인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당내 비주류와 2030세대를 집중 포진했지만, 이들이 당내 고질로 거론되는 586 기득권 정치, ‘내로남불’ 문화, 소수 강경파가 당내 의사구조를 장악하는 문제 등에 메스를 들이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리더인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대선 책임론부터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주장하는 김두관 의원은 이날에도 페이스북 글에서 “적어도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윤호중 비대위는 안된다”며 “민주당의 혁신을 바라는 당원이라면 모두 반대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싸울 기회라도 얻는다. 바뀌지 않은 뻔한 간판은 지방선거는 물론 당도 망치게 될 것”이라고 윤 비대위원장을 재차 직격했다. 그는 특히 ‘이제 노무현의 유훈시대는 끝났다’는 민주당 지지자의 글을 언급하면서 “문재인 시대에 들어 노무현의 원수를 갚는다는 미명 아래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하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며 현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 비대위원으로 내정된 ‘비주류’ 조응천 의원은 이날 “지난 5년 동안 ‘조국 사태’와 서초동 시위, 시·도지사들의 성추행 사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적 가치를 사유화했다고 의심받는 윤미향 사건, 위성정당 사태 등을 거치며 우리 당의 도덕성과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탄핵으로 물러난 세력에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처절한 반성을 통한 근본적 쇄신하는 것만이 다시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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