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2명 동네 병·의원, 1시간 이상 검사 대기 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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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항원검사 ‘확진’ 인정 첫날

14일 오후 2시께 취재진이 찾은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의 A내과는 대기 인원만 50명에 달할 정도로 북적였다. 이날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 ‘확진’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절차가 간소화된 때문에 벌어진 풍경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작아 진료 의사가 1명뿐인데 하루 종일 수십 명의 검사 희망자가 몰리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A내과뿐 아니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부산 시내 병원 상당수에서 비슷한 상황이 하루 종일 펼쳐졌다. 특히 의료 인력이 적고 대기 공간이 넓지 않은 병·의원들에서는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1~2시간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병원 밖 복도까지 줄을 서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루 수십 명 넘는 대기자 몰려
부산 시내 병·의원 곳곳 북새통
정부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 ‘불만’
보건소도 검사 희망자로 인산인해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이비인후과에는 진료 시작 시간인 오전 9시 전부터 입구에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어 병원 진료가 시작되자마자 검사를 받으려는 100여 명이 병원 안을 꽉 채워 버렸다. 일부는 병원 밖 복도 간이의자에서 기다렸고 그나마 자리를 잡지 못한 일부는 계단에 걸터앉기도 했다. 증상을 호소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 자녀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이 모(49) 씨는 “일찍 왔는데도 1시간 30분을 기다려 검사를 받았다”며 “오후에 온 사람들은 3~4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시간이 기약 없이 길어지자 더 일찍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나서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수영구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은 김 모(38) 씨는 “집은 부산진구인데 집 근처 병원 3곳에서 예상 대기 시간만 3~4시간이라고 얘기해 수영구까지 찾아오게 됐다”며 “이미 증상이 있어 오래 대기하다 몸 상태가 더 악화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료기관 숫자나 확진자 규모를 감안해 사전에 이런 현장 혼란을 예상할 수 없었느냐는 취지였다. 특히 확진자에 비해 지정 병·의원 수가 턱없이 적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난 목소리도 있었다.

현재 부산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3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하도록 지정된 호흡기전담클리닉과 호흡기진료지정 의료기관은 총 610개다. 검사 인원이 골고루 병원에 분산됐을 경우 병원당 하루 평균 50여 명의 확진자가 방문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지역마다 확진자 발생이 다를 수 있어 특정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확진되지 않는 감염 의심자들의 병원 방문까지 감안하면 각 동네 병·의원이 감당해야 할 검사 인원은 훨씬 늘어난다. 특히 병원 규모가 작고 의료진이 1~2명인 병·의원의 경우에 검사자가 몰리게 될 경우 더욱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네 병·의원의 코로나 확진 검사 분담으로 보건소에 쏠리는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보건소 혼선도 여전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부산진구 보건소는 여느 때처럼 대기줄이 100m 넘게 이어졌다. 부산진구 보건소 관계자는 “오늘부터 동네 병·의원에서도 확진이 인정되는 검사가 시작된다고 해 검사 인원이 분산될까 기대했지만 큰 변화는 없다”며 “달라진 지침을 모르는 시민들도 있고, 시민들 사이에 신속항원키트에 대한 불신도 커 한동안 혼선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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