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인구 적어도, 채식 시장은 성장 중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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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건강과 윤리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

유통가에서도 이 같은 수요에 발맞춰 채식과 관련된 각종 상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조사 결과 순수 채식 인구의 비중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비건식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성인 5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자신을 채식주의자(vegetarian)라고 밝힌 사람은 전체의 7.6%인 418명이었다.


글로벌리서치 조사 채식주의자 7.6%

비육식 채식 생활자는 0.2% 수준

순수 채식 인구 비중, 여전히 낮아

건강에 좋다는 인식에 비건 시장 성장

2020년 비건 인증식품 286개 증가

MZ세대 ‘가치 소비’로 추세 지속 예고



이 조사는 글로벌리서치가 aT의 의뢰를 받아 자체 패널 5510명을 대상으로 채식 섭취 허용 범위를 구분해 조사한 것이다.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 평소에는 완전히 채식으로 식사하되 때에 따라 육류를 섭취하는 준 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 333명으로 79.7%를 차지했다.

흔히 일반인이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의 순수한 비(非) 육식 채식 생활자는 전체의 0.2, 채식주의자 중 3.1%인 13명에 불과했다. 육류는 물론 가금류와 생선까지 거부하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육식 채식 생활자 중 생선을 먹지 않고 달걀·우유는 먹는 ‘락토-오보’(lacto-ovo)가 3명(0.7%)이고, 달걀은 먹고 우유는 안 먹는 ‘오보’(ovo)가 6명(1.4%)이다.

달걀은 먹지 않고 과일·채소·우유만 먹는 ‘락토’(lacto)와 채소·과일만 먹고 우유·달걀도 먹지 않는 ‘비건’(vegan)은 각각 2명(0.5%)이다.

비건은 고기뿐만 아니라 알 등에서 얻은 식품까지 모두 거부하는 완전 채식주의자로 국내에 순수 비건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조사의 결과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비건으로 분류된 2명도 건강을 위해 비건을 실행하고 있었다. 동물권 보호 등 서구적인 의미의 비건이 아닌 식생활로서의 채식주의자였다.

이 보고서는 “한식이 서구와 같은 육류 위주의 식생활이 아닌 밥·반찬 중심의 식생활인 것을 고려할 때 서구의 채식 생활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은 다소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 걸음마 단계인 채식 인구 비중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를 겨냥한 비건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분야가 바로 비건 인증 식품이다. 비건 인증 식품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와 동물 유래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식품을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13개에 불과하던 비건 인증 식품은 2019년 114개로 늘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한 해에만 비건인증 식품이 286개가 증가했다. 소비자 수요 증가 폭보다는 동물권과 윤리 경영이라는 소비 트렌트를 타고 비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유통가에서도 채식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한 데다 최근 소비시장의 주역이 된 MZ 세대에서 ‘가치소비’가 큰 힘을 얻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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