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186조 러시아, 국가부도 위기 첫 ‘디데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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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초강력 경제제재로 100여 년 만의 첫 국가부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국채 가격이 액면가의 10% 아래로 하락, ‘상습 부도 국가’인 아르헨티나의 과거 기록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 국채 이자 9000억 원 만기
러 재무장관 “루블화 지급 준비”
외신 “루블화 채무상환은 디폴트”
IMF 총재 “일어날 가능성 있어”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중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 7억 300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지급일이 도래한다.

우선 러시아가 채무 불이행(디폴트)으로 가는 첫 번째 분수령은 16일이다. 러시아는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 1700만 달러(약 1450억 원)의 이자를 이날까지 지급해야 한다.

이미 러시아는 달러화 국채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4일 성명에서 “루블화로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채에 대한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다는 옵션은 없기 때문에 이는 채무 불이행에 해당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합의된 통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국채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다. 즉, 루블화로 이자 지급을 했다면 이는 신용 사건으로 간주되며 30일 유예기간 내 달러화로 이자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공식적인 디폴트로 결정된다.

이자가 루블화로 지급된다면 약 1500억 달러(약 186조 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번에 러시아가 디폴트 사태를 맞으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최초의 외화 디폴트가 된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지난 13일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 돈에)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러시아 국채 가격은 지난주에 달러당 10센트 밑으로 내려가 5년 전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던 베네수엘라 수준이 됐으며, 여러 차례 디폴트를 선언했던 아르헨티나 국채의 최저 수준에 가까워졌다. 어드밴티지데이터에 따르면 달러 표시 러시아 국채의 가격은 달러당 8센트지만 펀드매니저들은 5센트에서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국채는 2009년 달러당 6센트까지 떨어졌다.

채권시장의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가 세계 금융 시스템에 복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을 보여 준다고 WSJ는 지적했다.

국가부도를 앞두고 헐값의 부실 채권에 투자하는 이른바 ‘벌처펀드’도 러시아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꺼리고 있다. 벌처펀드는 디폴트에 빠졌던 국가가 다시 국제 채권시장에 들어오려 할 때 협상이나 소송으로 채권을 회수하지만, 러시아를 상대로는 이런 전략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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