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당선인 힘겨루기, 국민은 안중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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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그것도 불과 4시간 앞두고서 무산 사실이 알려졌으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겠다고 하고서 안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 모두 대선 이후 정치권의 최대 과제로 ‘국민통합’을 앞세웠지만 말뿐이었던 셈이다. 신구 권력의 힘겨루기는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최고 권력자들끼리 갈등하면 국민 분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 극심한 분열의 책임은 바로 정치권에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정치권 말로만 국민통합에 실망
현안 조율해 두 사람 빨리 만나야

청와대에서는 당선인 측의 요구가 과했다고 하고, 국민의힘에서는 청와대가 판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회동 무산의 가장 큰 이유는 정권 말기 공공기관장 인사와 특별사면에 대한 이견으로 모아진다. 이 과정에서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당선인 최측근 권성동 의원의 경솔한 입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권 의원은 한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사면할 것이라고 100% 생각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거기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고받기식‘ 사면을 공개 거론했으니 도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인수위 구성도 끝나기 전에 검찰총장 사퇴를 공개 주장하니 '점령군'이란 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공직자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대립하는 모습은 보기 흉하다. 한국은행 총재 인사를 문 대통령이 강행해 청와대와 당선인 측 대립이 더 격해지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공기업 등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낙하산 인사와 보은 인사는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쫓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간주해 공공기관에 알박기식 인사를 하는 폐단은 사라져야 한다. 인사권은 현직 대통령에게 있지만 일은 새 정부와 한다는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쏴 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는 물론이고 농산물 가격까지 오르지 않는 것이 없어 장보기가 겁이 난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0만 명을 넘는 지금은 총체적인 위기 상황이다. 가장 먼저 민생을 생각해야 할 사람이 대통령과 당선인이다.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정권 인수에 협조를 약속하는 아름다운 정치적 관행이 더이상 망가져서는 안 된다. 윤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극심한 진영 간 대립 양상이 격화될까 우려스럽다. 진정 국민통합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안을 조율해 빨리 두 사람이 만나야 한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통 큰 정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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