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소년심판, 교화를 위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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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중학생 렌터카 운행 추돌사고,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집단 성폭력 사건, 가출팸과 원조교제 등 최근 국내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면서 ‘소년범죄를 대체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묵직한 숙제를 남긴다.

‘소년심판’에서 13세 소년범은 8세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죄로 법정에 서서, 판사에게 “만으로 열네 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라고 묻는다. 섬뜩하리만큼 해맑은 표정으로. 우리 형법은 만 14세 미만의 소년범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질 능력이 없다’라고 보고, 소년보호재판을 거쳐 보호 처분을 내린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소년범을 ‘촉법소년’이라 하는데, 최근 이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하자는 의견을 비롯해 소년법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의 소년법은 1953년에 제정되었고, 그 시절과 달리 현재 청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이제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것에는 대다수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촉법소년 적용 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공약을 내놓았다.

소년범죄 우리 사회 숙제로 부상
촉법소년 기준 12세로 하향 움직임
나이 아닌 죄질에 맞는 처분 필요

국내 소년 교화 시설 턱없이 부족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운영에 한계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 구축돼야



과연 자신의 범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적정한 나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형식상 나이라는 기준을 마련한 것은 개별 사안마다 판사가 의사 능력, 책임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경우 지나치게 자의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년범을 다룰 때는 단순히 나이만으로 획일적으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범죄의 종류와 죄질을 함께 고려해 그에 맞는 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에서 심은석 판사로 등장하는 김혜수는 촉법소년범의 벽돌 투척 사건으로 아들을 잃었다.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던 그 촉법소년이 죄의식 없이 또다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선 모습을 보고 그는 분개한다. ‘법 참 우습네. 별거 아니네’라는 걸 학습하고 제대로 교화도 되지 않은 소년범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이런 괴물을 키워 내는 것은 지금의 법적 시스템이라고 외친다. 결국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을 통해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의 근원은 어리다고 해서 죄가 가벼이 여겨지고 그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더 이상 양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친구와 쌍방 폭행으로 가해자이자 피해자로서 법정에 선 한 학생의 보조인으로 최후변론을 한 적 있다. “다행히 상대방이 입은 상해가 그리 크지 않은 점을 처분에 참작해 달라”고 진술했다. 여느 형사 재판에서 하듯이 학생을 위한 변론이라 생각했는데, 담당 판사는 나지막이 그렇게 말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년들에 대한 재판에서는 그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얼마나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인지 일깨워 주어야 하고, 별거 아니라는 뉘앙스는 절대로 드러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소년범 보조인의 역할은 변호인과는 조금은 달라야 했다.

소년범에 대한 처분도 단순히 연령을 하향하는 데 그쳐서는 곤란하다.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을 해하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제대로 가르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소년을 가르치고 훈계하고 교화시킬 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에는 소년교도소 1곳이 있고 소년원은 전국에 10개 시설뿐이다. 일본이 각 7개, 52개소인 것과 비교할 때 제대로 된 시설조차 못 갖추고 있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 속 ‘푸름청소년 회복센터’와 같은 청소년 보호시설도 일본은 50여 개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8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국가가 운영하는 곳은 한곳도 없다.

예전에 청소년 회복센터를 운영하는 한 원장님으로부터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당장 갈 곳이 없으니 사명감으로 버틴다”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언제까지 개인의 희생에 기대고 있을 건지 답답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촉법소년의 연령만 낮춘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회화를 위한 직업훈련이나 교과 수업 등 청소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교화가 이루어지기는커녕 범죄의 학습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21대 국회에는 16건의 소년법 일부 개정안이 올라와 있고 주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형사미성년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경우, 소년교도소와 소년원의 증설은 필수적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청소년 교화를 위한 보호시설과 같은 사회적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하여야 한다. 잘못한 일은 따끔하게 가르치고 성숙한 어른으로 키워 내는 일도 국가의 의무이다. 강력한 처벌 역시 교화를 위한 길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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