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녹산고향동산’, 얌체 캠핑족들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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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발사업으로 고향을 떠난 부산 강서구 이주민들을 위해 조성된 강변공원 녹산고향동산이 ‘얌체’ 캠핑족으로 몸살을 앓는다. 텐트를 방치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가 하면 판매용 카라반을 진열하는 업체까지 나타나 공원 방문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찾은 강서구 범방동 녹산고향동산. 평일에다 전날 비가 왔지만 녹산고향동산 내 문화공원에는 자리를 잡아둔 캠핑 텐트가 줄지어 있었다. 약 1km 길이 강변을 따라 4인용 텐트가 곳곳에 설치됐고, 차를 주차하고 휴식을 취하려는 ‘차박’족도 눈에 띄었다.

텐트 방치·생활쓰레기 투기
판매용 카라반 공원 내 전시도
강서구 게시판 민원 쏟아져

강변 바로 옆에는 ‘하천부지 내 불법시설물 설치나 무단점용, 쓰레기 투기 등 하천법에 따른 불법행위를 금지한다’는 강서구청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텐트 주변에는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생활쓰레기가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수십 개 쓰레기봉투 중에는 캠핑용 가스통 등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도 있었다. 설치된 지 오래돼보이는 찌그러진 텐트도 보였다.

지난달에는 카라반 판매업체가 녹산고향동산에 카라반을 판매용으로 진열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업체 관계자는 “판매용 카라반이 맞고, 인근에 캠핑용 차량 매장을 짓는 동안 잠시 주차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행위로 공원을 사유화한다는 민원이 제기된 뒤에야 업체는 카라반을 이동 주차했다.

이와 같은 얌체 캠핑족들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늘어나 공원을 찾는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한다. 산책을 위해 이 곳을 자주 찾는다는 녹산동 주민 이 모(64) 씨는 “최근 입소문이 났는지 갈수록 사람이 늘어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자주 보인다”면서 “평일에 텐트를 쳐놓고 주말에 방문하는 식으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는 사람들 때문에 특히 주말에는 쾌적한 공원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강서구청은 최근 늘어난 캠핑족을 대상으로 안내문을 붙이는 등 계도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방문객들이 통제되지 않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강서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민원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올라와 주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불법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이 잘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장을 더 자주 찾아 적극적으로 행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녹산고향동산은 생곡산단, 미음산단 조성사업 등 대형 개발사업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녹산동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 녹산향민연대의 건의로 부산도시공사가 65억 원을 들여 6만 5000㎡ 규모로 2019년 완공했고 지난해 1월 운영을 시작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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