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갖기로 했던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정부 교체 과정에서 신구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지면서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역시 회동 무산을 발표하면서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회동 개최와 관련한 실무협의는 청와대에선 이철희 정무수석, 윤 당선인 측은 장제원 비서실장이 진행해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애초 덕담을 나누고 원활한 정부 인수인계를 다짐하는 자리로 생각했는데 특사와 인사문제 등 부담스러운 의제가 너무 많이 표면화됐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비중 있게 거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만큼 이와 관련한 실무 협의에서 양측이 의견을 좁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진행되는 인사 문제에서 대립한 것도 회동 무산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 문제에 대한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어 양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석호 기자 psh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