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CEO 되고 싶다면, 치어리더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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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혁

조직마다 아우성이다. 기업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은 이 ‘낯선’ 시대를 맞아 어떻게 구성원을 이끌고 미래를 설계할지에 대한 이정표를 잃어버렸다며 당황하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요즘 시대. 다양성과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보장되고, 조직 공동체보다 개인의 삶이 한층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상명하달식 체계나 유교적 조직 운용 등 과거 관행에 이미 익숙해진 조직은 이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조직에 몸 담은 인간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낙오자 없이 무리를 이끌면서 조직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이 급변기에 다양한 구성원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 등 조직 속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펄떡이듯 생생한 경험 속에 담긴 회초리같은 교훈이다. 선지자들이 그동안 조직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체득한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기업에 32년 몸담은 저자의 조직 이야기
세세한 부문까지 직원 챙기는 리더십 필요
조직은 곧 인간이고, 인간이 곧 조직 강조
구성원이 하고 싶은 말 한다면 좋은 회사

는 기업이라는 조직에 32년간 몸담은 저자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들려준다. 이 책은 자서전적인 무용담을 담은 일반적 회고록과는 거리가 멀다. 영업 전문가로, 조직 최고관리자로 글로벌 마케팅 시장에서 고군분투한 저자는 조직과 인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조직과 그 조직 안에서 활동하는 인간의 삶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끈끈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입증한다. 조직은 곧 인간이고, 인간이 곧 조직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 시대, 가장 난해한 문제로 평가받는 조직 속 인적자원인 HR(Human Resource) 관리와 개발에 대한 실마리를 곳곳에서 제공한다.

저자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허심탄회하게 서로 이야기하고, 상대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조직 구성원 누구라도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조직 관리자는 지적이나 불만 등 제기된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삼성 아프리카 총괄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인장을 겸임하던 시절, 타운홀미팅을 도입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2017년 아프리카 현지에 도착한 저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주요 정책 등 각종 정보들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후 저자는 진심을 담은 ‘열린 소통’을 위해 삼성 아프리카 최초로 전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격의 없이 대화하는 타운홀미팅을 상시화했다.

‘화장실 변기를 고쳐 달라는 등의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서부터 교육·승진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 등이 쏟아졌습니다. 못 하고 있는 부분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구체적 개선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투명한 소통의 장을 새롭게 마련하고 신뢰를 구축하자 반신반의하던 직원들도 마음을 열었고 조직도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저자는 건강한 소통 문화를 만들고, 진심으로 대할 때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조직 최고 관리자가 솔선수범하고 지극한 정성을 기울이며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조직 성공을 이끄는 핵심 비결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채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조직 관리의 최고 난제는 인재를 어떻게 영입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공평한 채용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인재 유출을 막는 온보딩(On-Boarding) 노하우도 전한다. ‘편견 없이 채용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기업 이미지도 향상되고, 인재들이 줄지어 입사했습니다. 채용 이후에도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돌봐야만 제대로 된 인사관리입니다.’

어떤 CEO가 가장 이상적일까. 요즘 경영인들 사이에서는 치어리더형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다양성 시대를 맞아 직원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치어리딩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이런 의미에서 저자가 전하는 ‘댄스 리더십’ 등 소통을 위해 온 몸으로 보여준 조직관리 일화는 독자의 흥미를 더한다. 저자가 독보적 영업 신화를 이룬 비결도 사람에 대한 신뢰, 마음 얻기, 구성원들을 귀하게 여기는 진심이었다는 통찰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는 “인간이 고장나면 조직도 고장난다. 구성원이 신바람 나야 조직도 성장한다. 결국 인간이다”라고 밝힌다. 유연성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진정성을 갖고 인간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조직과 관리자만이 좋은 조직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삼성전자 고문인 저자는 책의 인세를 만델라재단에 기부한다. 윤성혁 지음/봄빛서원/332쪽/1만 7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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