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울경, 더 이상 보수 텃밭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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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서울본부장

제 8회 지방선거가 72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6월 1일 부산·울산·경남(PK)에선 약 590여 명의 ‘지역 일꾼’을 선출한다. 아직 선거법 개정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부울경에서 시도지사(3명) 교육감(3명) 기초단체장(39명) 광역의원(113명) 기초의원(428명)을 새로 뽑게 돼 있다. 향후 4년간 부울경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이끌고 나갈 소중한 인재들이다. 여야 정치권이 부울경 지선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이유다.

특히 3·9 대통령선거를 통해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번 부울경 지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완벽한 승리’를 이룬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의 전체 득표율 차이(0.73%P)도 역대급으로 작지만 현 정권의 핵심 기반이라고 불리는 부울경에서 이재명 후보의 선전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이 후보는 부산(38.2%) 울산(40.8%) 경남(37.4%)에서 40%에 육박하는 득표를 해 PK 출신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전 득표율(부산 38.7%, 울산 38.1%, 경남 36.7%)보다 오히려 높거나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소극적인 PK 공략이 낮은 득표율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부울경의 정서가 많이 변한 것도 이 후보의 선전에 한몫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의힘 확실한 대선 승리 아니야
인수위 구성 등 PK 홀대 아쉬움

차기 대통령 안정적 국정 운영 조건
부울경 지선 승리 매우 중요 인식

‘인물 대결’서 승기 잡는 것이 중요
각 분야의 전문가·2030 중용 필수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훨씬 넘긴 172석의 국회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6월 지선,특히 부울경에서 확실하게 이겨야 완벽한 정권교체가 성사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민의힘 핵심 인사는 “6월 지선에서 우리가 크게 승리하면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패는 PK 지선에 달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PK 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윤 당선인의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20대 대선에서 드러난 것처럼 “부울경은 그냥 놔둬도 보수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부울경은 각종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스윙스테이트’로 변해버렸다.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차원에서 윤 당선인의 첫 작품인 대통령직인수위 구성에 아쉬움이 많다. 인수위 핵심 요직에 PK 출신이 배제된 것은 물론이고, 인수위 멤버 중 부울경 출신으로 분류된 인사들도 지역 대표성이 거의 없다. 5월 10일 출범하는 차기 정부 첫 인사에선 PK 출신들을 적극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6월 지선에서의 후보자 공천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어느 당이든 무엇보다 지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좋은 인물을 내서 ‘인물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부터 기초의원 후보까지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투입해야 한다.

우선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박형준 현 시장의 재공천이 유력해 보인다. 여야가 모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부산의 지형을 고려할 때 박 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62.7%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데다 지난 1년간 부산시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당내 경쟁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소극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박 시장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울산과 경남에선 인물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현재 울산과 경남에선 원외 인사들이 대거 도전장을 던진 상태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난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사람들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울산에선 국민의힘의 경우 서범수 의원이 이미 출마선언을 했고,이채익 박성민 의원도 적극적이다. 이들 세 사람의 현역 국회의원 중 1명이 울산시장 후보로 나설 경우 현역시장인 민주당 소속 송철호 시장과 팽팽한 승부를 겨룰 것으로 보인다.

경남에선 국민의힘에선 윤영석·박완수 의원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김두관 의원이 나설 가능성도 있어 김태호 의원이 출마 압력을 받게될 수도 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인물이 중요하다. 각 당의 시도당공천관리위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적극 선별해야 한다. 기업체 대표, 사회 단체 및 문화계 종사자, 공직자, 체육인, 여성, 청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고루 선발해 각 기초단체장 선거에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인물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리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는 2030세대를 대거 투입해야 한다.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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