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글로벌 식량 위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주 풀먼 근처에서 밀을 수확하는 콤바인. 세계 농부들이 올 봄에 다른 농작물이 아닌 밀을 더 재배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부족과 가격 폭등이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 가운데,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재난’이 시작돼 폭동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유엔은 이번 위기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식량 재난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빵 바구니’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생함에 따라 레바논 등에서 이미 식량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레바논뿐만 아니라 중동의 비산유국들이 일제히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튀니지,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 등에 밀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세계의 빵 바구니’ 우크라 전쟁
중동 비산유국들 식량난 직면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도 심각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가브리엘라 부커 총재는 22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초래한다는 얘기로 지구촌이 떠들썩하다”며 “그 충격은 가장 빈곤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가장 빠르고, 가장 가혹하게 덮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에 곡물 수입의 90%를 의존하고 있다고 옥스팜은 밝혔다.

옥스팜은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에서 이런 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2년째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식량·목초지를 찾아 고향을 등진 이주민이 1300만 명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는 대규모 메뚜기떼가 창궐해 식량을 싹쓸이하듯 먹어 치우기도 했다. 케냐는 곡물 수확량이 70% 감소해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국토의 90%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소말리아에서는 350만 명이 식수·식량 부족 사태에 빠져 있다. 식량을 찾아 자국을 떠난 국민은 67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옥스팜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러시아의 침공에 쏠리면서 동아프리카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커 총재는 “이미 2100만 명이 동아프리카에서 심각한 기아와 싸우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 부족 상황은 비참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식량 위기 재난으로 인한 폭동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길버트 호웅보 유엔 국제농업개발기금 회장은 “주요 생산 국가의 가뭄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2007~2008년 식량 위기 때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폭동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의 식량난은 세계 최빈곤층에게 가장 큰 비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의 사무총장인 데이비드 비즐리는 “현재 수준의 세계 식량 위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