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관 앞에서 윤 당선인 맞은 문 대통령, 상춘재까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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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8일 첫 만남은 문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이 될 윤 당선인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58분 청와대 내 여민1관 앞까지 나가 윤 당선인의 도착을 기다렸다. 1분쯤 후 윤 당선인을 태운 승용차가 도착하고 윤 당선인이 하차하면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문 “매화꽃 피었다” 윤 “아름답다”
만찬에 해산물 냉채, 탕평채 올라
만찬주로 ‘붉은 포도주’ 마셔
대화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돼

문 대통령은 감색 정장에 청색 사선이 그어진 스트라이프 넥타이, 윤 당선인은 짙은 감색 정장에 핑크색 무늬 없는 넥타이를 맸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녹지원을 가로질러 상춘재 쪽으로 걸어 들어왔고, 그 뒤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따라왔다.

문 대통령은 녹지원 한복판에 있는 소나무를 가리키며 “여기가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이라며 “저기 매화꽃도 피었다”고 말했고,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항상 봄과 같이 아마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라고 뜻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라면서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 있어서 여러 가지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고, 윤 당선인은 별다른 언급 없이 “네”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청와대 이전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신구 권력의 입장이 담긴 대화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두 사람은 녹지원 전경을 함께 바라보다 6시 3분 상춘재에 입장해 만찬을 시작했다. 유 비서실장과 장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이날 만찬에는 주꾸미와 새조개, 전복 등이 포함된 해산물 냉채와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 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봄나물 비빔밥,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 탕평채, 더덕구이가 올라왔다. 만찬주로는 붉은 포도주를 마셨다.

두 사람의 만남은 3·9 대선 이후 19일 만으로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사이의 첫 회동으로는 가장 늦다. 그런 만큼 이날 대화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진행됐고, 권력교체기에 제기됐던 산적한 현안들이 모두 대화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윤 당선인 측은 이번 회동이 현 정부와의 갈등으로까지 비치는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식적인 의제 설정 요구를 걷어내고 얼굴을 맞댄 것만으로도 각종 국정 현안을 두고 극한의 대치를 반복해 온 두 사람의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5년 만의 정권인수 작업에 착수한 윤 당선인에게는 여러 가지 국정 과제들이 제동이 걸린 상황에 대한 해법을 찾을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윤 당선인 측의 건의 또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회동을 통해 후임 정권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게 됐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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