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신뢰받는 경찰의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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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고, 범인에게 이체한 5000여만 원을 신속한 계좌동결로 피해를 막은 일이 있었다. 며칠 뒤 신고자는 지구대에 과일이 담긴 보자기를 들고 방문하였는 데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분명 그분은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현했지만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제발 받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서운해 하는 그분의 표정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이전에는 지갑을 분실한 민원인의 대리기사 비용 2만 5000원을 빌려주며 귀가시킨 일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빌려준 돈을 못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 지구대를 방문한 민원인은 ‘대리비를 갚는다’며 봉투를 두고 갔다. 동료로부터 전달받은 봉투 속에 3만 원이 들어 있었다. 며칠간 설득 끝에 결국 5000원을 돌려드리긴 했지만 ‘꼭 이렇게 매정하게 해야겠냐’는 그 민원인의 표정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감사와 애정의 표시 또는 훌륭한 경찰권에 대한 자발적 보상 등 이른바 ‘작은 호의’에 대해 찬반 대립이 있지만, 현행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소위 ‘김영란법’) 등에서 이를 부정하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은 누구보다 청렴해야 한다. 그렇기에 경찰은 정중한 ‘거절법’을 익히는 것도 의무인 것 같다.

경찰에게는 당연한 일임에도 고마움을 표현해 주는 국민들께 정중하면서도 기분 좋게 거절하면 신뢰받는 경찰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명진·부산서부경찰서 구덕지구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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