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협조 진전… 이젠 실행 계획·예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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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 회동 후속 조치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첫 회동을 통해 악화일로로 치닫던 신구 권력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지금까지 양측 간에 부딪쳤던 쟁점들이 어떻게 풀려 나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 ‘조건부 협조’ 밝혀
실행 계획 따라 이전 작업 착수
추경 편성·인사권 문제 등 현안
향후 실무협의 통해 풀기로
MB사면은 문 대통령 의지 존중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구상에 대해 협조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의 몫이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했던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면밀한 검토를 전제했다는 점에서 ‘통 큰’ 협조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협조 발언은)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을 서로 공유해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며 청와대의 전향적인 기류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청와대는 과거에 비해 진전된 측면은 있지만 극적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다. 윤 당선인의 이전 구상에 무조건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예산 편성안을 가져오면 이를 최대한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윤 당선인이 애당초 공약한 5월 10일(취임식) 용산 입주는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예비비 승인 등의 절차를 현 정부가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내 이전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인사권 실무협의 방향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갈등의 한 축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과 인사권 논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향후 실무협의를 통해 풀어 나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 추경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 등에 의견을 모으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정부의 예산 중에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한 분야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성의 있게 적극적으로 임해 줄 것”이라고 정부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신구 권력 힘겨루기의 한복판에 자리했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도 향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장제원 비서실장의 실무 라인을 통해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감사위원 인사 문제가 “임기말 감사위원 제청은 부적절하다”는 감사원 측 입장 표명으로 자연스레 해소된 만큼, 기타 공공기관 인사를 놓고는 다소 원만한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28일 회동에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음에 따라 청와대 주변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조금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MB 사면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동시 사면을 할 경우 ‘끼워넣기’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MB만 사면하면 지지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사면을 하든, 안 하든 그 자체가 임기 마지막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시간적으로 가능한 순간까지 사면 단행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장 비서실장도 이와 관련 “우리가 (사면을)제안해도 대통령이 안 받으면 안 받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면은 조율할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필요성이 있으면 해당 분들에 대해서 사면하고, 우리는 집권하면 하는 것”이라며 MB 등 사면 논의와 관련해 공을 청와대로 넘겼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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