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지역 문학판이 들썩인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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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철 배길남 이기록 등 부산 40대 평론가·소설가·시인이 만든 ‘즐거운작가들’이 소설집 <팬데믹 아트살롱>을 내면서 참여 작가들과 가진 세미나 모습. 즐거운작가들 제공 강희철 배길남 이기록 등 부산 40대 평론가·소설가·시인이 만든 ‘즐거운작가들’이 소설집 <팬데믹 아트살롱>을 내면서 참여 작가들과 가진 세미나 모습. 즐거운작가들 제공

봄이 왔다는 걸까. 지역 문학판이 꿈틀거린다.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두드러진다. 문학의 사회성 회복, 시대적 징후와 로컬과 주변부에 대한 예민한 촉수, 확장하는 글쓰기 의지 등을 읽을 수 있다.

첫째 문학단체들이 생기를 띠는 모습이다. 부산작가회의 새 집행부(회장 김수우)는 ‘우크라이나에 진정한 평화를’이란 성명서를 이달 초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우크라이나 민중의 의지를 옹호한다는 내용이었다. 문학의 심부에 ‘세상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라는 유마 거사적 공감의 고통이 자리해야 하는데 부산작가회의가 공감과 평화의 기치 아래 ‘시대적인’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수년 만이다.


사회성 회복·로컬에 대한 고민

확장하는 글쓰기 의지 돋보여

부산작가회의, 우크라이나 성명

소설가-동화작가 공동 창작 성과

부산 첫 인터넷 문학 잡지도 순항


이모저모로 눈에 띄는 <모자이크, 부산> 등 지역문학 작업의 결과물들(위)을 모았다. 창간 1주년 기념호를 꾸민 웹진 ‘같이 가는 기분’의 초기 화면 이미지. ‘같이 가는 기분’ 제공 이모저모로 눈에 띄는 <모자이크, 부산> 등 지역문학 작업의 결과물들(위)을 모았다. 창간 1주년 기념호를 꾸민 웹진 ‘같이 가는 기분’의 초기 화면 이미지. ‘같이 가는 기분’ 제공

시민들과의 접면 확대도 눈여겨볼 점이다. 부산작가회의는 4월 초부터는 ‘내가 마주 본 시의 얼굴’이란 이름으로 시창작교실을 새로 열어 부산 시인 15명과 독자들이 대면하는 문학 장을 꾸민다. 부산소설가협회도 ‘황금빛예술학교’와 ‘신중년, 소설을 읽다, 기억을 쓰다’라는 강좌로 시민과 문학의 만남을 도모할 예정이다.

둘째 소설가들과 동화작가들 각각의 공동 창작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전의 동인과 비슷한 경우도 있고, 테마를 정해 모인 경우도 있다.

소설가들은 부산 지역성에 천착하거나 팬데믹의 고통을 응시한다. 〈모자이크, 부산〉(산지니)은 부산의 여성 소설가 6명이 ‘로컬 부산의 공간’을 호명해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 6편의 테마소설집이다. 김민혜·박영해·조미형·오영이·장미영·안지숙 소설가가 각각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바닷가 센텀시티 돌산마을 거제리를 배경으로 작품을 빚었다.

〈팬데믹 아트살롱〉(즐거운작가들)은 부산의 소설가 4명이 코로나19를 겪는 삶 속에서 예술가들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포착한 단편을 묶은 것이다. 부제가 ‘코로나19 속 삶과 예술 이야기’다. 강성민·김가경·김미양·배길남 소설가가 고통 속에서 세상을 보듬는 메시지를 촘촘히 직조했다. 부산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사업’으로 진행된 이 작업에는 소설가 4명과 강희철 평론가, 이기록 시인도 편집인으로 공동 참여했다.

동화작가들의 공동 창작도 눈에 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샘터)는 부산의 동화 창작동인 ‘어흥’이 낸 첫 공동창작집이다. 안미란·박미라·황선애·이자경·한아 등 5명 작가가 도시에 사는 다양한 동물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들은 어린이서점 ‘책과아이들’에서 북토크도 열었다.

〈신랑바위 각시바위〉(가문비어린이)는 울산창작동화실바람문학회 7명 작가가 ‘거제 지심도 범바위’ 등 전국 7곳의 바위 전설을 풀어낸 것이다. 최미정·김영·김영주·김이삭·엄성미·최봄·장세련이 글을 썼고, 그림은 이정민이 그렸다. 〈어쩌다 가락국 여행〉(고래책빵)은 강담마·박비송·유영주·유행두·이다감·이재민 등 김해 동화작가 6명의 ‘글잣는가락바퀴’ 모임이 가야사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기획이다.

셋째 매체 확장이 눈에 띈다. 부산 최초의 인터넷 문학잡지가 만들어져 발행 1년을 맞았다. 부산의 손음 시인이 만든 웹진 ‘같이 가는 기분’이 그것이다. 1년간 계간 형식으로 4번 발행한 이 웹진은 지역과 중앙 문인의 교두보 역할을 지향하면서 시와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싣고 있다. 그간 문인 120여 명이 글을 썼으며, 구독자는 현재 1만 5000여 명을 넘었다고 한다.

문인 셋이 의기투합해 만든 출판사 ‘즐거운작가들’도 1년을 맞았다. 강희철 문학평론가, 배길남 소설가, 이기록 시인 등 3명이 만든 이 출판사의 첫 성과물이 〈팬데믹 아트살롱〉이다. 강희철 평론가가 대표를 맡았으며 부산시에 문화단체 등록도 했다는 ‘즐거운작가들’은 문학평론집, 4~5인의 모인 무크지 형식의 작품집을 계속 낼 계획이다.

최근 제2호가 나온 〈엄브렐라〉는 반연간 문학잡지다. 발행인 겸 주간을 맡은 송진 시인은 “엄브렐라는 두루 포괄한다는 속뜻을 지녔다”고 했다. 부산과 전국 곳곳 시인들의 작품, 독자들의 시와 산문, 시집과 소설집을 낸 이들에 대한 탐방을 두루 아우르며, 지역서점과 문인 초대행사도 여는 ‘새로운 잡지’ 형식을 지향한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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